유튜브에서 맞춤법 지적을 받았다

급 초딩 된 사연

by 마마뮤

그러니까....

요즘 세상에 아이를 키우면서 '유튜브' 때문에 몸살을 앓아보지 않은 집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어른들도 사실상 한번 보기 시작하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이어지는 추천 알고리즘 지옥에 빠져 쉽사리 헤어 나오질 못하는데, 하물며 아직까지 자기 조절이 어려운 어린이들은 말해 뭐하랴. 그러기에 안 보여주는 것이 최선의 답이겠으나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애 키워보고 얘기하라고...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무방비 상태로 아이가 '이상한'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어할 수 있는 가능한 한 모든 장치를 전! 부! 적용해 두었다. 그리고 반드시 한 시간만 시청한다는 시간 약속을 정해두고 득달같이 커다란 소리로 알람이 울리도록 한다.

어차피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지금의 아이들이 완전히 이 미디어들을 피해 갈 방법이 없다면, 조금이라도 늦지 않게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치고 부모가 적극 개입하여 컨트롤 타워가 되는 수밖에는 사실상 딱히 방법이 없지 않나 싶다. 물론 이 상황에서 다시금, 그럼 보여주지 않으면 그만 아니냐며 지적하는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되지만, 재차 답할 뿐이다.

요즘애를 좀 키워보고 얘기하시고....




얼마 전 스마트폰에 알림이 울렸다. 나는 유튜브를 시청하며 영상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적극적인 시청자도 아니고, 굳이 댓글을 열심히 남겨가며 누군가와 열혈로 소통을 자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웬일로 유튜브에서 알림이 온 것이다. '이게 뭐지?' 내용이 뭔지는 둘째치고 의심 가는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다. 한창 자판으로 한글 찍는 재미를 알게 되어 여기저기 아무 말을 남발하고 다니시는 우리 집 초딩 1학년 어린이 되시겠다.


사실 유치원 시절과 지금 현재 초등학교 1학년간의 시간적 차이는 불과 몇 개월인데, 완연히 다른 환경에 들어간 아이는 그 몇 개월 전의 '어린 아이'와는 전혀 다른, 정말 말 그대로 '어린이'로 변신을 했다. 아이를 보며 새삼 다시 느낀 건데 사람이 환경으로부터 이렇게 크게 영향을 받는구나 싶어 신기한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그런데도 나의 생각은 아직 아이의 발달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는지, 설마 꼬마가 영상을 시청하다가 댓글까지 남길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이다.


알림을 따라 들어가 보니 어떤 친절한 분이 이렇게 남겨 놓으셨다.

"많이 아팠을까 ㅠㅠ 더 많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가 맞는 말입니다."

그걸 읽고 나의 반응은 그저 "읭?"이었으나, 다시금 떠오른 우리 집 초딩 1학년이 도대체 뭐라고 써놨나 싶어 댓글을 찾아 들어가 보니 이렇게 써놓았다.

"마니 아팟으까ㅠㅠ 더 마니 다치지 아났스면 조케다"



아이고야... 이 무슨 세종대왕님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실 일이란 말인가.. 친절하게 맞춤법을 고쳐주신 분께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 건가? 나의 유튜브 계정에 떠있는 정보라곤 오롯이 내 이름 석자뿐이긴 하지만, 중년의 한 복판을 살아가며 이렇게 적나라한 지적질을 당하고 보니 은근 상황이 황당하고 그저 어이없었다.


그 순간 아이의 맞춤법이 틀린 게 걱정이 아니라, 이 아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댓글을 도대체 어디에 얼마나 많이 써놨을까 하는 생각에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실제 뉘신지 모르는 그 친절하신 분이 몇 개나 찾아내서 일일이 이게 맞는 거라며 댓글을 모두 달아 놓으셨기 때문이다.


아뿔싸!

예전에 댓글을 보며 이거 어느 초딩들이 썼구나 라며 웃어넘기곤 했었는데, 그런 아이가 우리 집에도 등장할 줄이야.. 그저 남 얘기인 줄 알았는데 등잔 밑이 어두워도 너무 어두웠다. 아이의 맞춤법이야 앞으로 차차 개선이 되겠지만, 어쨌든 내 이름 석자를 향한 지적질을 당하고 보니 그것 참 기분이 묘했다.


아이를 불러다 놓고 회원 가입이란 것이 무엇인지, 그렇게 해서 생기는 개인 계정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열심히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왜 엄마의 계정을 빌려 사용하면서 좋아요를 함부로 누르면 안 되는지, 왜 댓글에 아무 말 대잔치를 하면 안 되는 지도 열심히 설명했다. 얼추 전반을 이해한 것 같긴 한데 이 물밀듯 밀려오는 불안감은 대체 뭘까....


진지하게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아이가 모두 이해했다는 듯이 끄덕이더니 할 말이 있다고 한다.

"엄마.. 그런데.. 내가 '흔한 남매'를 보는데, 엄마가 봤던 영상들이 막 떠 있어서 불편해..."

하이고오... 그러니까 내 말이 그 말이잖니! 엄마가 필요해서 보는 영상들이 떠야 하는데 거기에 네가 봤던 고양이 영상, 강아지 영상, 흔한 남매가 주르륵 떠 있으면 엄마는 얼마나 황당하게~?

아이는 과연 이해를 하긴 한 걸까.....


팟캐스트 녹음 시 필요한 오페라 곡들을 담은 폴더를 새로 생성해놨는데, 확인차 열어보니 그 안에 어린이 영상이 한 열개쯤 들어가 있었다. 는 그저 조용히 뒷목을 잡았다. 함부로 '저장'도 누르지 말라고 알려줘야겠다.

유튜브 시청하는 우리 집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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