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셀프! 그러니 책가방도 셀프~

by 마마뮤

아이가 학교에 간다고 부산을 떨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학기가 끝나고 방학까지도 지나갔다. 1년이 참 빠르다 빠르다 늘 말하지만 새삼스레 시간의 빠름에 다시금 동공이 커진다. 가을이 미적미적 오는지 마는지 싶지만 이러다 곧 춥다 하는 날이 올 것이고 여지없이 2022년도 끝을 보여주고 말 테지.


여전히 매일 아이의 등하굣길을 함께 한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그 시절처럼 교과서에 공책을 몇 권씩 이고 지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사실 아이의 책가방은 늘 휑~하다.

매일 가지고 다니는 아주 기본적인 몇 가지 외에는 딱히 담아 다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게 참 적응이 안 됐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들고 가는 게 정말 맞나 싶어서 말이다. 그나마 가장 무거운 짐이라 한다면 매일 챙겨가는 물통과 숟가락 통이 전부인데, 물통에 그래도 물이 담겼다고 그게 그나마 제일 몸값을 톡톡히 한다. 나는 딱히 아이의 가방을 따로 들어주지는 않는 엄마인데, 그래도 물통을 가방에 넣으면 왠지 책가방이 너무 묵직해진 듯한 기분이 들어 사실 물통 가방만큼은 내가 학교에 당도할 때까지 들고 가곤 한다.




아이의 학교는 언덕길을 올라가야 한다. 그러니 사실 무거운 가방이 아니더라도 아침마다 올라가는 자체가 상당히 힘이 드는 코스이긴 하다. 그 똑같은 길을 나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올라 다녔었는데 당시엔 지금의 딸아이보다 훨씬 무거운 책가방을 짊어지고 다녔으니, 요즘 아이들은 참 그때에 비하면 힘든 게 없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게다가 준비물마저도 웬만한 건 사물함에 모두 보관 중인 데다 학교에서 필요한 걸 제공해주기에 내 국민학교 시절처럼 아침마다 학교길에 문방구에 들러갈 일도 전혀 없다.


지금도 가끔 남편과 웃으며 나누는 이야기인데 그 시절 물체 주머니는 왜 그리 항상 없어지기 일쑤인지 필요할 때마다 수도 없이 사들인 물체 주머니가 몇 개인지 알 수도 없을 지경이다. 찰흙, 공예 칼, 도화지, 마분지, 색종이, 수수깡, 멜로디온, 실로폰 등등 모든 걸 집에서 준비해 가야 했던 그 시절, 문방구는 매일 아침 필요한 걸 사려는 아이들로 복작복작 참으로 분주했다.

슬기로운 생활에 필요했던 알 수 없는 '물체 주머니'와 '색찰흙(?)' (사진 출처: 구글 서치)




하루는 언덕길을 느릿느릿 올라가던 딸아이가 갑자기 멈춰 서서는 입을 삐죽 내민다. 그러고는 뾰로통해 뭐라고 중얼대는데 도무지 뭐라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뭐라는 거야~? 응?"

아이가 할 말이 있다며 가까이 오란다.

"음.. 있잖아... 엄마는 왜... 저기 가는 다른 엄마들처럼.. 가방을 들어주지 않아?"


갑자기 아침부터 이게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싶었지만, 아이에게 분명하게 알려줘야 할 것 같아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 가방은 스스로 챙겨서 스스로 가지고 다니는 거야. 엄마가 네 짐꾼은 아니잖아?

내 물건은 내가 챙겨서 간수하는 버릇을 들여야 해. 하나도 무겁지도 않은데 굳이 가방을 왜 엄마가 들어줘야 해? 만일 가방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네가 어떤 이유로든 가방을 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엄마가 도와줄 수는 있지. 근데, 가방을 들어주는 다른 엄마들이 딱히 잘하고 있는지 엄마는 잘 모르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대신해주면 아이는 바보가 되는 거야.. 너는 바보로 자라고 싶지 않잖아?"


그러고 돌아보니 주변에 지나가는 거의 모든 엄마들이 아이의 책가방을 짊어지고 가고 있었다. 도대체 왜?

처음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시작했을 땐, 걸어 들어가는 그 뒷모습마저도 대견함과 동시에 뭔지 모를 짠함이 느껴지곤 했다. 그러니 그 조그마한 아이들 등에 책가방 하나씩 올려진 게 안쓰러운 부모들 마음은 누구나 매 한 가지였을 게다. 그 짐마저도 덜어주고 싶은 엄마들 마음은 모두 똑같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그러나 마음은 마음일 뿐 세상에 나아가 부딪쳐야 하는 당사자는 아이들인 것을, 안쓰럽다고 아이 인생 대신 살아줄 거 아니지 않던가.




우리 집은 어떻게든 스스로 해보게 하려는 자(엄마)와 어떻게든 엄마가 해주길 바라는 자(딸)의 팽팽한 신경전이 매일 이어진다. 아이의 그 어떤 기질적 특성으로 인해서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혼자 자라는 아이라 그런지 몰라도 딸아이는 매사에 '엄마와 함께'가 현재까지의 인생 모토인 듯하다. 그럴 날도 얼마 안 남았다며 나중에 섭섭해하지 말라는 얘기들을 많이 해주는데, 엄마의 관심이 간섭이 될 날이 올 때 오더라도 어쨌든 '나'라는 존재와 나에 관한 모든 것들은 내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만큼은 지속적으로 가르쳐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것을 언제쯤 받아들이건 간에 말이다. 나는 가르치고 알려줘야 할 의무와 책임을 가진 엄마니까 말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인생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법일 진대, 그것을 어서 알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 그 시작의 차원에서라도 아이의 책가방은 아이의 등에 매어져 있게끔 놔둬야 하지 않겠나...


책가방을 맨 아이의 뒷모습은 참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렇게 뒤에서 지켜보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니 손 내밀고 싶어도 애써 참는 게 부모의 몫이지 않까...

그저 아이에게 당부할 한 가지 말은 이것뿐이다. 정말 너무 무거워서 감당이 안되거든 엄마에게 말해주렴.. 그땐 엄마가 같이 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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