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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Jan 25. 2021

윗집도 괴로운 층간소음 속사정

헛... 이거 무슨 소리야?


재택근무 중인 남편과 등원을 중단당한 우리 집 어린이 덕분에 온 식구가 집콕 라이프를 즐기는(???) 중인 요즘, 평일인지 주말 인지도 전혀 구분이 안 되는 하루하루 속에 어느 날 아침 누군가가 엄청나게 화가 나 소리 지르는 소음에 귀가 쫑긋 세워졌다. 참으로 너무나도 지나치게 인간적인 모습이긴 하지만 세상에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제일 재미있는 거라며, 이 시끄러운 소리의 출처를 빠르게 탐색하던 나는 화장실로 달렸다.


"여보 여보 여기 와봐 윗집 싸우나 봐~"


나의 행동에 어이없다는 표정 장착과 동시에 발은 그 누구보다 재빠르게 걸어와 화장실 벽에 귀를 갖다 대는 부창부수(夫唱婦隨) 우리 남편과 그의 미니어처 딸내미. 그렇다. 지금 상상하시는 그 모습이 딱 맞다. 세 사람이 화장실 벽에 귀를 대고 서 있는 바로 그 모습.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항상 크게 동요하지 않고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딱히 불편하게는 하지 않는 예의 바르고 무표정한 윗집 새댁이 '애완견의 자식'을 외치고 있었다. 말하자면, 우리가 화날 때마다 머릿속에 빛의 속도로 찾아드는 모든 동물의 자식들과 특정 숫자가 튀어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살며시 아이의 귀를 틀어막아주며 소곤소곤 남편과 중계방송에 들어갔다.


"와 역시 사람 모를 일이다. 진짜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데 입에다 걸레를 물면 저렇게 되는구나... 와아...."


"근데, 우리는 싸워도 동물 자식은 안 찾는데 저 집은 대단하네... 같이 사는 사람끼리 저렇게 세게 말하면 같이 안 살겠단 얘기 아니냐..."






얼마 전에 아랫집이 새로 이사를 왔다. 이전에 거주하시던 젊은 부부는 아이가 없이 두 사람 모두 직장인들이었어서 종일 집이 비어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서로 소음으로 인한 불편함을 주고받을 일이 사실상 없었다. 이번에 아랫집에 새로 들어온 가족은 우리 아이보다 두세 살쯤 더 먹은듯한 딸아이가 있다. 요즘은 누가 이사를 온다 한들 옛날 우리 어릴 적 같이 떡을 들고 찾아와 인사를 하는 등의 일은 사실상 없기에, 그저 누군가 이사 들어오면 왔구나 하는 정도에, 그나마 다행(?)이라 한다면 주민들 커뮤니티로 운영되고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이사 왔습니다 하고 인사하는 게 전부이니, 어떤 사람이 위아래 옆집에 들어오건 간에 우리는 모두가 '글자'로 만나는 사이들인 것이다.


이사 들어온 날은 정리하고 벽에 부착할 것도 많을 테고, 뚝딱뚝딱 에 드릴 돌아가는 소리 하며, 굳이 찾아와 인사하지 않아도 왔다는 걸 너무 알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날 이후부터 이렇게까지 이곳이 방음이 안 되는 건물이었나 싶게 지난 4년간 살면서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각종 소리가 다 들려오는 것이었다. 아래층은 아래에 있기 때문에 대부분 모든 층간소음의 원인 제공은 윗집에 있다고들 생각하겠지만 참 당황스럽게도, 아랫집 아이가 집에서 우다다다 뛰어가는 소리, 도대체 집에서 뭘 그렇게 끌고 다니는지 드르르르 밀고 다니는 소리, 심지어 집안에서 아이가 줄넘기하는 소리까지 벽을 타고 다 올라오는 것이다. 아마도 아랫집 사람들은 본인들이 가장 아래에 있으니 집에서 그렇게 뛴다 한들 뭐 어떻겠냐 싶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소리가 벽을 타고 기어 올라올 줄은 몰랐던 우리도 사실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그동안 우리 집 소리도 저렇게 윗집에 들렸던 건가?"


우리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 있다 보니 사실 소음 내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 아이가 뛰는 행동이나 크게 소리를 지르는 일은 매번 자제를 시켜오고 있었다. 어떤 누군가는 '아니 왜 남의 아이 기를 죽여요~!?' 라며 아이들이 떠들고 뛰는 게 당연하다고 배짱인 사람들도 허다하다지만, 그래도 함께 생활하는 공간을 선택한 이상에야 그런 태도는 사실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조심시킨다고 해도 아이들 행동은 늘 돌발적이고 예측 불가하기 때문에, 불쑥불쑥 아이가 뛰어갈 때면 사실 어쩔 도리가 없다. 그저 다급히 아이 이름을 부르며 제지시키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일뿐..






"하아... 이걸 한번 얘기를 해야 하나 아님 그냥 참아야 하나... 아랫집 소리가 위로 올라온다는 사실 자체를 몰라서 저러는 거 같은데.. 어쩌지 여보야?"


짜증이 뒤섞인 표정으로 묻는 나를 보며 남편은 잠시 고심하더니 얘기한다.


"선택의 문제인 거 같아. 얘기를 꺼내 대화를 하던지 싸우던지 한판 하고 나서 서로 불편하게 조심하며 지내던가, 어차피 우리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니 밑에 집에서 시끄럽게 하는 만큼 우리도 맘 놓고 애 좀 자유롭게 놔두면 되지 않을까?"


성격이 급한 나는 사실 부르르 화가 나면 금방이라도 달려가 일을 저지를 스타일인데, 늘 이렇게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남편이 있어 우리 집은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으니 참 다행이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러하다. 우리 아이도 사실 계획에 없이, 급작스럽게 시끄러움을 유발하기 일쑤인데, 괜히 얘기 꺼내 서로 불편한 것보다 우리 아이도 맘 놓고 떠들게 놔두는 게 사실 낫겠다 싶은 것이다. 그러다 만일 아랫집에서 왜 이렇게 시끄럽냐고 전쟁을 걸어온다면, 그때 맞서 싸워 이기면 된다... 가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알게 해 주면 되는 것일 게다. 역시 고수는 조용히 칼을 갈며 때를 기다릴 뿐이다.






"저거 무슨 노래야?"


"she's gone 같은데?"


"허얼... 하고 많은 노래 중에 왜 하필 쉬즈곤이야... 어떤 꾀꼬리가 부른다 한들 괴성밖에 안되는걸... 으~"


어차피 부를 노래라면, 신중한 선곡을 부탁하고 싶다. 좋든 싫든 어차피 들어야 할 당신의 노래이기에, 기왕이면 조금은 더 아름답게 불러보는 노력을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요즘 너무나 집에 있다. 내가 집에 있으면 윗집도 옆집도 아랫집도 다 집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작은 노력이 필요한때가 아닌지. 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야말로 전 인류가 협동을 해야 겨우 끝을 볼 수 있을 듯한데, 우리의 협동 분야가 조금은 더 디테일 해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코로나 이후 층간소음 민원이 무려 60%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아무리 똥개도 자기 구역에서는 한수 먹고 간다고는 하나, 아무리 내 집에서만큼은 내 맘대로 편안하고 싶은 게 당연지사이나, 아주 조금만 더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고 배려해준다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해야 할 내 집이 층간소음으로 인해 가장 불편하고 짜증 나는 장소가 되는 일만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에필로그>

싸울 땐 화장실 문은 닫으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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