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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Mar 13. 2023

내 안의 꽤 괜찮은 '나'를 만나는 방법

브런치에 글을 차곡차곡 쌓아가기 시작한 지 벌써 3년 차이다. 그래도 꾸준히 써내다 보니 꽤 많은 양의 글이 담겼는데, 저축해 놓은 통장 바라보듯 쌓인 글의 수는 마음에 그득한 뿌듯함을 안겨준다. 조금만 더 분발했더라면 좀 더 많이 쌓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따라붙는 걸 보면, 분명 글쓰기와 저축은 일면 유사한 점이 많은 것 같다.


가끔은 아주 오래전에 썼던 글을 의도치 않게 읽어보는 때가 있다. 너무 오랜만에 그 글에 좋아요를 눌러줬다는 알림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 해당된다. 내가 뭐라고 썼었길래 읽어주신 분이 공감을 표해 주셨을까 문득 궁금한 마음에 다시 열어보게 되는 것이다.


사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내가 썼던 말들을 세세히 기억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저 다시 읽어보며 글을 쓸 때의 심경이 어땠는지, 글에 담긴 상황은 어떠했는지 다시 떠올려보며 당시 나의 생각으로 되돌아가 볼 뿐이다.

그렇게 접근을 하자면, 그 글이 분명 내가 쓴 것임에도 상당히 새삼스러울 때가 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다시 곱씹어 보기도 하고, 조금은 쑥스러운 고백이지만 그 생각 가운데 나는 이런 멋진 표현도 써냈구나 싶을 때도 있다. 때로는 재미나게 술술 읽히는 글에 마치 내가 제삼자가 된 듯 빠져들어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그러면서 혼자 뿌듯한 마음에 내게 말해준다.


'생각보다 글을 좀 쓰네! 너 좀 멋지다'


스스로에게 이런 칭찬을 한다는 게 예전에는 그리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자존감이 끝을 모르고 땅을 파던 시절도 꽤 오래 이어졌었는데, 그 끝에서 붙들고 올라온 동아줄이 바로 글쓰기였다.


생각은 하고 흘려버리면 끝이지만 그 생각들을 하나하나 글자로 붙들고 꼭꼭 눌러 담아 체계화하고 정리된 글로 완성 해두면 바로 이런 마법이 일어난다. 내 글을 마치 다른 사람의 글처럼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볼 때도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평소 나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꽤나 멋지고 괜찮은 '나'를 그 안에서 발견하게 된다.


기대이상으로 괜찮은 나를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가 써 내린 글 속에서 직접 발굴해 내는 것이다. 그러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보다 더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나에 대한 가치를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의존할 때 우리는 비참해진다. 그 누구도 나의 뜻대로 생각하며 칭찬만 해주는 사람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나의 괜찮음을 증명하기 위해 타인을 만족시키려고 부단히 애써야 하는 인생은 너무 지치고 불행하다.


그러나, 글을 쓰며 나 스스로 높여가는 '자존감'에는 아주 특별함이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 누구를 만족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내 속에 있는 생각들을 나의 글로 내어놓는 작업일 뿐이다. 그것을 읽고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건 거기에 부록처럼 따라오는 감사한 선물과도 같다.


나만의 글 가운데서 평소에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반짝이는 내가 보이기 시작하면, 사실 그 어떤 것에도 스스로의 자존감을 작게 만들거나 무너뜨리는 일은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괜찮은지를 스스로 느끼고 있 때문이다.


이 판단은 물론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저 혼자서 글을 통해 만족을 찾아갈 뿐이지, 내가 쓰는 것들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훌륭한 글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아무렴 어떠한가? 글은 말했다시피 타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의 생각을 꺼내놓는 작업일 뿐인데, 모든 사람이 만족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글을 쓰는 삶이라면, 그 삶 속의 주체는 오롯이 '나'이다. 그러니 나뿐만이 아니라 글을 써내는 그 누구에게든, 그 어떤 글도 모두 '잘 쓴 글'이라고 당당하게 말해주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것만큼 밖에 공감하지 못한다. 그러니 시작해보지 않으면 글쓰기의 힘에 도무지 공감할 길이 없을 것이다. 망설이지 말고 누구든 시작해 보면 좋겠다. 무엇을 써내든지 시작하고 해내다 보면 어디에든 당도하게 되어 있다.


많이 쓸수록 내 글이 괜찮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많이 쓸수록 내 안의 나를 많이 만나는 것은 글쓰기의 선물이다. 누구나 내 안에 미처 몰랐던 아주 괜찮은 '나'가 분명 있다. 글쓰기는  괜찮은 나를 가장 빨리 만게 해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글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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