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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Aug 17. 2023

이제 그만 따로 자면 안 되겠니?

몇 년 전 아이가 여섯 살 즈음에 나보다 앞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물었었다.

"너네 딸은 몇 살까지 엄마 옆에서 잤어?

당시 친구가 말하길 초등학교 2학년까지 옆에서 자더니 뭔가 스스로 이제 너무 어린아이 같단 생각이 들었는지 3학년 들어 자연스레 자기 방으로 가더란 얘길 해줬다. 그땐 그 얘기를 들으면서도 깜짝 놀라며 까마득하단 생각이 들었었다. 이제 여섯 살인데 2학년 되려면 앞으로 몇 년을 더 불편하게 자야 하는 거야~라며 말이다.


그 까마득하던 시간도 후루룩 다 지나고, 우리 딸이 벌써 2학년 하고도 2학기를 맞이하려는 참이다. 그런데 과연 잠은 어디서 자냐고? 당연히 자기 방 옆에 안방, 엄마 옆에서 잠을 잔다. 세상에 우리 딸은 친구 딸의 기록을 경신하려는 겐가.


전에 언뜻 주변 엄마들에게 물어보니 어떤 집은 딸이 4학년까지 함께 잤단 얘기를 했다. 눈이 동그래져 깜짝 놀랐는데 되려 그 엄마는 아이가 옆에서 자니 너무 좋았는데 자기 방으로 가버린 후 그렇게도 허전하고 섭섭하더란다. 세상에...

난 그저 편하게 내 잠자리를 충분히 누리며 자고 싶은 마음뿐인데 그걸 또 섭섭해하는 엄마도 있더란 말이다. 그러게 사람 마음이 참 제각각이다.




아이가 이제는 제법 컸다는 생각에 자꾸 잊어버리는 게 있다. 한창 아기에서 유아 시절로 넘어갈 때는 가뜩이나 예민한 기질로 인해 뭔가 새로운 걸 한 번에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아이인데, 지금은 마치 단번에 뭔가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면 큰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느낀다는 점이다.


그렇게도 엄마가 좋다고 입에서 엄마가 추임새처럼 튀어나오는 아이인데, 내 귀에서는 피가 나올지언정 그렇게 좋다는 엄마 실컷 부르게 놔둬야지 어쩌겠나. 그럼에도 언제까지 커가는 아이가 옆에서 부대끼며 잠을 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


"oo아, 엄마가 자꾸 방에 가서 자라고 하니까 뭔가 섭섭하지? 그런데, 언제까지나 네가 이렇게 엄마 옆에서 잘 수는 없어. 사람은 커가면서 혼자 할 수 있는 게 훨~씬 더 많아져야 하거든.. 그러니까, 앞으로 한 달씩 규칙을 정해서 일주일에 두 번은 네 방에서 자고 나머지 다섯 번은 엄마랑 자는 거로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네 방에서 자는 횟수를 늘려가면 어떨까? 그럼 좀 적응이 쉽겠지?"


뭔가 알겠다면서도 부루퉁 마땅찮은 눈치다. 자꾸 엄마가 자기를 밀어낸다고 생각되는 모양이다. 엄마가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네가 커가고 있기 때문에 엄마가 없어도 할 수 있는 게 점점 많아져야 하고, 그중 잠을 혼자 자는 것도 당연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고 잘 설명했다. 그 와중에 남편이 옆에 와서 앉더니 한다는 말이 정말 가관이다.


"그래야 나중에 엄마 아빠가 없어도 너 혼자 잘 살 수 있어..."


"..................."


흐아아앙~~ 갑자기 아이가 얼굴을 X자로 구기고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인 데다 어느 때부턴가 '죽음'과 '헤어짐'이라는 개념을 이해한 후부터는 내내 엄마 아빠가 너무 빨리 저 세상에 가실까 봐 그게 늘 노심초사인 아이인데, 거기다 대고 엄마 아빠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다니...

안 그래도 섭섭함의 스위치가 아슬아슬 켜질락 말락 하던 아이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이다. 하이고~여보야 고맙소~(우리 집에 분명 나는 낳은 적 없는 아들이 한 명 있다)




아이가 한창 아기이던 시절, 수면교육에 대한 왈가왈부가 참 많았다. 프랑스식 수면 방법이라며 어린아이 때부터 방에서 혼자 잘 수 있게 훈련을 시키라는 것이다. 그럼 당연히 엄마도 수면의 질이 높아질 테고 아이도 아주 어린 아기 시절부터 자립심이 강하게 자랄 수 있다나 뭐라나.


그래서 아마 이걸 시도 안 해본 엄마는 없을 것 같다. 아이가 혼자 잘 수 있도록 방에 눕혀두고 살금살금 공기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왔는데, 엄마가 곁에 없음을 귀신보다 더 금방 알아차리는 아이는 대게 바로 울음보가 터져 사이렌을 울려대곤 했다.


그럴 때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마음이 약해지는 건 둘째치고 세상이 떠나가라고 우는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사실 보통일이 아니다. 우선 주변 이웃에서 아기 울음 때문에 층간 소음을 제기할 우려도 크고, 그 울음을 계속 듣고 있는 엄마 아빠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딱 한번 맘을 독하게 먹고 놔둬보자며 버텼는데, 정말 의지와 끈기의 우리 따님 진심으로 한 시간을 멈추지 않고 울어재꼈다. 한번 그렇게 애가 진이 다 빠지도록 우는 걸 겪고 보니, 뭐 이렇게까지 해서 아직 아이도 아닌 아기를 힘들게 할 필요가 있나 싶어 바로 수면교육 따위는 집어치웠다.


그렇게 해서 우주 최강 등센서를 장착한 우리 꼬마는 늘 엄마한테 안겨서 자는 게 일이었고, 그나마 좀 크면서 옆에서 자게 된걸 하늘에 감사하게 되었는데, 잠이 얕아 자다 깨서 울기도 잘 울고 탈이 많았던 따님 덕분에 아이가 여섯 살 정도가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난 통잠이란 걸 자본 기억이 없다. 그러니 나만의 편안한 잠자리를 사수하고 싶은 게 '꿈'이 되어버린 건 당연지사 아니겠나.




서양식으로 아기를 혼자 자게 하는 게 좋은 건지, 우리처럼 옆에 끼고 지내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방에서 혼자 자네 마네를 논하는 게 맞는 건지, 사실 어떤 게 아이의 성장에 진짜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일장일단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쨌건 간에 어떤 단일한 최선의 방법이 있다기보다는 양육 환경에 따른 문화적 차이도 무시할 수 없을 테고 또 타고난 아이의 성향에 따라 가능 여부가 판가름 나는 게 아닐까 싶다.


급하게 갈 거 뭐 있나. 단순히 수면교육뿐만 아니라 세상 살아가는 과정 모든 게 배움의 연속인데,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로 가는 게 마땅히 최고 좋은 방법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킹사이즈 매트리스의 50% 면적을 온전히 나 혼자 누리고 싶은 꿈을 꾸지만, 아이가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하지 않도록 조금 느긋하게 기다려줘야겠다. 등 떠밀지 않아도 이제 방문 닫고 혼자 들어갈 날이 그리 멀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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