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누구나 이런 경험 다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지만 남들에게는 숨기고픈 엉뚱한 짓을 한 경우 말입니다. 소위 호. 박. 씨. 를 꺼버린 거죠. 호박씨까지 운운하고 보니 뭔가 상당히 많이 '구린일'이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아주 가볍게는 수영장 물속에서 방귀를 뀌었다거나 길을 가다 코딱지를 팠다거나 이런 거 말입니다. 뭐 사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누군가는 당당하게 하는 일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이제부터, 무려 기원전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야 하는 아주 머나먼 옛날 고대 로마 제국과 갈리아의 역사 시대에 살았다는 한 여사제가 호박씨를 깐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오페라 노르마의 주인공인 '노르마'의 스토리예요.
노르마(Norma)는 기원전 250년 영국에서 온 마법의 사람들이라고 정의되어 있는 '드루이드'들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리더였어요. 마치 여신과 동급으로 친구 먹어도 될 만큼 신성시 여겨지는 여사제였죠. 이 여사제의 역할이란 신성한 신전과 제단에서 일하며 종교의식을 수행하고 신탁을 받거나 또 민중의 바람을 신에게 기도해 주며 신과 인간 사이의 중계인 역할을 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렇기에 이들은 순수함과 신성함의 상징으로 여겨졌었고, 당연하게도(?) 순결을 맹세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반짝이는 아우라가 비칠 것만 같은, 마치 백도화지와도 같았던 여사제 노르마에게 엄청난 비밀이 있었으니, 그녀가 깐 호박씨가 커도 너무 컸단 말입니다. 바로 적국의 남성과 사랑에 빠져 무려 하나도 아닌 두 아이를 낳았거든요.
다른 일도 아니고 남산만 한 배를 맞이하고서야 끝을 보게 되는 임신이란 엄청난 과정을 어떻게 아무도 모르게 두 번이나 치렀는지는 정말 미스터리로 남습니다만, 당시 옷차림이 상당히 헐렁해서 조금 살이 쪘나 보다 생각할 정도였던 게 아닐까 추측만 해봅니다. 극 중 아이들이 쌍둥이였다는 부연 설명은 없으니 여하 간에 아이가 두 명이라는 사실만으로 그녀의 능력(?)을 경이롭게 바라볼 수밖에요.
모차르트만큼이나 음악적 천재성을 인정받았다던 이태리의 오페라 작곡가 벨리니는 모차르트만큼이나 짧은 생을 살고 떠났습니다. 오페라 노르마는 그가 1831년에 완성하여 이태리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됐는데요, 현대에까지도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벨리니의 대표 오페라로 남았습니다.
벨 칸토 오페라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노르마'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알아두면 부티 나는 오페라 상식>에서 나눠봤습니다. 좀 더 상세한 이야기들은 언제 나와 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수다를 통해 알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