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시작은 바로 나였다

미라클이 일어난 우리 집"Bed time"

by 마마뮤

우리 딸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얼마나 잠이 없어 나를 힘들게 했는지는 익히 글로 몇 번 풀어놓은 적이 있다. 워낙에 고집도 세고 예민한 아이인지라 돌이켜보자면 어떤 아이 건간에 부모에게 '힘든 시간'을 선사하는, 오죽하면 '미운 네 살'이라 정의되는 그 네 살 시절은 정말 내게는 멘탈이 탈탈 털려나가는 고통의 나날이었다.


당시에는 왜 그렇게 아이가 나를 힘들게 하는지가 의문이었다. 누구나 네 살은 힘들다고 하니 그러려니 각오는 했지만, 유독 우리 아이만 이렇게 더 어려운 건지, 아니면 다른 아이들도 그 정도는 다 하는 건지, 그도 아니라면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현상을 다른 엄마들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내가' 문제였던 건지, 항상 나는 그 원인을 찾기에 갈급했었다.


지금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그 한 해 동안에는, 하루하루를 겨우 쳐낸다는 느낌으로 지냈었다는 것뿐이다. 영혼이 털려나가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아무리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자식이라도 그 하루 동안 진심을 다해 내 아이가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했었던가 싶은 날들이 허다했다. 아이는 나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아이만의 그 어떤 성장 과정의 세계로 인해 늘 엄마를 힘들게 하는 당사자였고, 나는 그 힘듦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내 아이를 견디고 맞서야 할 '어려운 존재'로만 여겼었다. 그런 나의 감정 상태에 솔직히는 너무도 당황스러운 날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 회사에서 개최한 부모 교육 시간에 '그로잉 맘' 대표님이 오셔서 아이들의 기질에 대한 강연을 해주셨다. 사람이 누구나 태어나 성장을 거치는 가운데 '성격'은 환경에 따라 형성이 되지만, 이미 가지고 태어난 '기질'이라는 부분은 절대 못 바꾸는 고유의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우리 아이의 기질이 너무도 궁금해졌다. 하여 추후 기질 검사 신청을 통해 우리 아이를 더 알아보았다.


검사 결과는 우리 아이가 왜 그렇게 나를 달달 볶아야 했는지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 아이는 오감각이 모두 예민한 아이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고, 여느 아이들이 1의 강도로 느끼는 것이 있다면 우리 아이는 그것을 10의 강도로 느끼고, 감정도 무척이나 섬세하여 기쁨, 슬픔, 화남의 변화가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아이라는 것이다. 그런 예민하기 짝이 없는 아이가 새롭게 변해가는 상황과 새로운 것들을 쉴 새 없이 빨아들여야 하는 폭풍 성장기에 있으니, 그 모든 것들이 아이에게는 힘들고 두려움의 연속이었을 터였다.


그런 현상을 이해하고 나니, 그나마 한결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유를 모르겠을 땐, 그저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유난스러운 아이'였던 딸아이를, 타고난 기질 때문에 자라느라 저 나름의 고군분투 중인 안쓰러운 어린아이로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실 아이가 잠을 늦게까지 잘 안 자려는 것이나, 늦게 잠이 들더라도 일찍 깨버릴 만큼 잠이 얕고 적다는 사실도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이게 되었다. 자다가 깨서 이유 없이(무서운 꿈을 꿨다거나 분명 본인만의 이유가 있을 테지만) 동네 떠나가라며 울어 재끼는 날이 허다해서 지치고 힘든 날의 연속이었지만, 그 역시도 예민한 기질 때문이라며 그냥 받아들이기로 맘을 정했었다.






나는 사실 아주 다양한 육아서를 섭렵하지는 않았다. 왠지 육아서에서 하는 말들이 다 뭔가 안개 낀 듯하고 내게는 적용되지 않는 남 얘기 같아서였다. 아이마다 다 제각각이고 처한 환경이 모두 다른데, 어떻게 일률적인 정의를 내리고 지침을 줄 수 있단 말인 건지, 나는 근본적으로 웬만한 육아서를 잘 신뢰하지 않았다. 더구나 다소 유난스러운 우리 딸은 그런 보편적인 아이들의 성향 그래프에서 한참을 벗어나는 '아웃라이어(outlier)'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와는 대학 동기인 친한 언니(연수 작가님)가 아이들 습관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는데, 그 인기가 실로 엄청나다.

'9시 취침의 기적'을 집필하고 이번에 '미라클 베드 타임'이라는 책이 또 출간되었는데, 언니가 이 프로그램을 론칭하던 때부터 이미 만나서 대략적으로 아이들이 일찍 잠드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들어봤던 터였다. 그러나, 내 맘속에는 그게 좋은 줄은 알지만 우리 아이한테는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사실은 자리하고 있었다. 한번 참여해봐야지 마음은 있었으나, 왠지 지인이 하는 프로그램에 얼굴을 들이밀기가 왜 그리 쑥스럽던지,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새 우리 아이가 7살이 된 것이다.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가는데 왠지 지금 습관을 잘 잡아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몰려왔다. 이제는 아이와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말이 통하는 나이가 되었고(예전처럼 막무가내 베이비가 아닌), 아이가 일찍 잠들어야 나도 시간을 벌어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나의 니즈'가 더욱 커지다 보니, 지금이 바로 아이의 습관을 다잡아야 하는 마지막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미라클 베드 타임 코칭 프로그램에 신청하고 이제 2주 차에 접어들었지만, 나는 벌써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처음 강의의 주요 골자는 사실상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서 달라져야 하는 사람은 아이 당사자가 아니라 바로 부모라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아주 모르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실천의 이슈였던 것이다. 어떻게 지켜나가면 좋을지에 대한 지침을 받고, 바로 다음날부터 실천에 들어갔다.


사실 '타이탄의 도구들'에도 나와있는 내용이었는데, 하루의 생활을 일정한 '루틴'안에 두고 그대로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 사실상 가장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예를 들자면, 매일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같은 늘 하는 자잘한 고민들을 어떤 짜여진 계획하에 루틴화 해두면, 그때 써야 할 에너지들을 좀 더 중요한 일에 쏟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의 생활도 어느 정도 짜여진 틀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했다. 우선적으로 할 일은 밥 먹는 시간이나, 잠드는 시간을 일정하게 고정시키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잠들기 전에 최대한 기분이 편안하고 좋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요즘은 매일 저녁 8시부터는 휴대폰도 절대 보지 않고, 오롯이 아이와 한 시간을 재미있게 놀아준다. 아이가 하고 싶다는 놀이에 그냥 반응해 주고, 같이 있어주고 그저 웃어준다. 나는 언제나 아이를 한껏 사랑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줄 수 있을 때 주는 산발적인 사랑은 아이에게는 언제나 아쉬움이 따랐던 것이다. 한 시간을 집중해서 엄마가 자기랑만 놀아주니, 아이의 만족도가 상상 이상이었다. 예전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 이를 닦으러 가는 일 조차도 실랑이의 연속이었다. 아이는 어쩜 그렇게도 말을 안 듣자고 작정하고 있을까 싶게 뭘 하나 하기가 힘든 아이였다. 그런데 이게 정말 웬일인 건지, 엄마랑 재미나게 놀고 나면 '이제 우리 이 닦으러 갈까?' 한마디에 선뜻 화장실로 먼저 뛰어가는 것이다. 알아서 이도 닦고 기분 좋게 책도 읽고, 순순히 자리에 눕는다. 그리고 우리 집은 9시가 되면 모두 불을 끈다.

아침에 잘 자고 일어난 딸아이가 나에게 말해준다.


"엄마가 나랑 놀아주고, 다리도 주물러 주고, 등도 긁어주니까 내가 기분 좋게 잘 잔 거 같아.."


딸아이의 말에 얼마나 뜨끔했는지 모른다. 항상 잠꼬대도 많고 무서운 꿈을 꿨다며 자다 자주 깨는 일도 허다했는데, 요즘은 확실히 밤에 깨지도 않고 심지어 좋은 꿈을 꿨다고까지 말해준다. 아이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이렇게 큰 변화를 만드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간 모든 걸 마지못해 억지로 해주며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도 실랑이하고 야단치던 이 엄마는 너무 미안한 마음만 가득할 뿐이다.






딸아이는 참 엄마 껌딱지이다. 언제나 엄마와 있고 싶고, 엄마와 놀고 싶고, 세상 모든 걸 엄마랑 하고 싶은 아이이다. 솔직한 얘기로 엄마인 나는 그게 참 부담스러울 때도 많았다. 나도 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아이가 늘 엉겨있으니 '아이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마치 피해자와 같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짜증도 나고, 그 짜증이 쌓이면 어느 순간 아이한테 터지는 날도 많았다.


설마 이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가능했다. 우리 아이는 요즘 9시 30분이 되기도 전에 잠이 든다. 신생아 시절부터 잠을 안 자 그렇게도 힘들게 하더니, 그 아이가 9시에 잠을 잔다. 세상에 진짜 이게 미라클이 아니고서야 뭐란 말인가.


크게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아이를 내내 혼자 키워오며, 모든 육아의 짐이 나에게만 얹혀있다는 부담감과 피해의식에 언제나 '힘들다'는 생각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쌓인 '화'도 많았던 것 같고, 아이가 갈구하는 엄마의 관심에 대해 늘 수동적으로만 대했던 것 같다. 놀아달라 하면 늘 마지못해 응해주고, 왜 우리 아이는 혼자 노는 것도 못하나 싶을 뿐이었다. 뭔가를 해달라 하면 왜 이리 이 아이는 요구사항이 많은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아이를 만족시켜주는 것이 사실은 나의 아주 작은 노력이면 가능했던 것임을 잘 알지 못했다. 아니, 어찌 보면 모른다기보다 귀찮아했다는 게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아이가 원했던 건 '찐' 관심이었던 것이다. 내가 온전히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그 '한 시간'이 모든 것을 바꿔놓다니.. 그러면서 아이가 제 때 자주지 않아서 나는 뭔가를 할 시간이 전혀 나지 않는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니.. 난 참으로 어설프고 어리석은 엄마였다. 그저 나도 엄마가 처음이어서 그렇다며 멋쩍게 넘어가는 수밖에...






얼마 전 지인이 해주신 말씀이다. 애가 예민할수록 '명품'이 될 것이라며 지금 내가 명품을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란다. 딸아이는 사실 유난스러운 네다섯 살 시기는 다 지나갔다. 지금은 정말 주거니 받거니 말이 참 잘 통하는 내 친구가 된 것이다. 원래 아이들이 7살에도 한바탕 엄마들을 뒤집어 놓는다던데, 나는 사실 지금 7살 내 딸아이가 너무 재미있고 사랑스럽다. 타고난 유머감각으로 늘 웃음이 터지게 해 주고 곧잘 내 기분 상태를 잘 파악하여 위로해주기 때문이다. 정말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 생각뿐이다.


그야말로 미운 짓도 '총량 법칙'이 있다던데, 아마 딸아이는 네 살 시절에 총량을 다 소진한 모양이다. 앞으로 이 아이가 어떤 명품으로 자라날지 기대해보며, 정말 나 엄마 사람 하나만 정신 똑디 차리고 잘하면 될 것 같다. 내가 달라지면 아이도 달라진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니까.. 아이의 사춘기가 기대(?) 되지만, 좀 더 마음을 내어주고 아이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보는 연습을 많이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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