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은 혼자보다 여럿이 있을 때 목소리가 커진다. 혼자서는 다소 어색한 것들이 누군가 함께 있으면 왠지 해볼 만 해지고 두려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혼자서 튀는 행동을 했더라면 나 혼자 웬 정신 이상한 사람이 될 테지만, 그 이상한 행동도 함께하는 여럿이 있다면 그저 '이상한 무리들' 속에 한 명으로 슬그머니 감춰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함께'하는 것에서 폭발할 것 같은 희열을 느껴봤던 것이 아마도 월드컵이 아닐까 싶다. 나는 2002년 당시에 한국에 있지 않았어서 그 엄청난 '붉은 악마' 국민 응원 파워를 느껴보지 못했지만, 그 후로 2010년에야 한국에서 친구들과 한강이나 호프집에 모여 앉아 골이 들어갈 때마다 박차고 일어나 맘껏 소리 지르고 얼싸안고 환호성을 지르며 거의 광기에 가까운 집단행동의 '맛'을 보았던 것 같다.
국민 모두가 열광하던 2002년, 외국에서 혼자 앉아 지켜보던 축구는 세상 재미가 별로였다. 4강까지 진출했는데도,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고 달려가 히딩크 감독에게 안기는 감격의 순간도 혼자 바라보니 그렇게 허전했다. 같이 손뼉 치며 열광할 상대가 없다는 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아무리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한다 해도 혼자서는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감흥이 덜했다.
그러나 2010년 친구들과 함께 보는 월드컵 경기는 우리 팀이 이기던 지던 결과에 상관없이 그저 신나고 재미가 넘쳤었다. 내가 언제쩍부터 그렇게도 축구를 사랑했나 싶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스포츠란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뼛속까지 사회적 동물인 우리 인간은 이렇게 혼자이지 않을 때 가장 행복하다지 않던가.
단순히 행복감만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는 연대함을 통해 진정한 '힘'을 얻는다.
서로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옆에 선 동료가 힘이 빠지면 도닥여 주고, 좀 더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밀어주고 끌어준다. 그럼 또 나아갈 힘을 얻고 금방이라도 낙오될 것 같던 기분을 훌훌 털어내며 다시금 달려 나갈 동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요즘 이 함께하는 것의 힘을 아주 제대로 느끼며 살아가는 중이다. 서로가 등 떠밀며 격려하고 함께 가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참 많아졌다. 혼자서 하기엔 힘에 부치는 일을 이렇게 '함께' 함으로써 모두가 용기를 얻고 앞으로 나아갈에너지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리라.
다리를 다쳐 몇 달 동안이나 고생 중이신 친정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드나드느라 사실상 내 개인 생활의 루틴이 완전히 다 흐트러진 상태였다. 내 의지대로 생활이 유지가 되지 않자 사실상 짜증이 늘었고, 그 편치 않은 마음이 뾰족하게 자꾸만 주변 가족들에게 튀어 나가기 일쑤였다. 그런 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금 생활패턴을 다잡아야겠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어, 함께 결심하고 루틴을 다져갈 수 있는 커뮤니티에 참여하기로 했다.
매일 운동하러 다니던 곳에도 못 간 지 거의 반년이 됐다. 사실 집에서는 마음처럼 운동이 안돼서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 나는 꼭 센터에 등록을 해왔었다. 그런데, 온 가족이 한번 코로나 검사를 치르는 소동을 겪은 후 아무래도 더 조심해야겠다는 마음에 사람이 모이는 센터에 등록하지 않은지가 꽤 오래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운동을 안 한 몸은 점점 더 살이 오르는 것은 물론, 체력이 달리고 쉬이 피로를 느끼게 되어 거기에서 오는 짜증도 분명 커지는 듯했다.
요즘은 매일 일찍 잠자리에 들고, 조용한 새벽에 눈을 떠 하루의 계획과 다짐을 모두 노트에 기록한다. 일어난 시간을 타임스탬프 앱으로 찍어 단톡방에 인증을 하는데, 누가누가 일찍 일어나는가 시합을 하자는 게 아니라 나와 같이 이른 시간 하루를 깨우는 '동료'들이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운을 받고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이다. 사실 그 사소한 행동 하나가 모두에게 그렇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이를 습관화하기 위해 이번 한 달간은 매일 '홈트'를 하기로 작정하고, 그 내용을 커뮤니티 카페에 공유한 후 매일매일 지키고 있음을 역시 타임스탬프 앱을 통해 인증하고 있다. 혼자 생각만 하면 절대 실행하지 못했을 것들을 모두에게 공표하고, 스스로 내뱉은 말을 지켜내기 위해 나에게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하게 된다.
집에서는 절대로 운동을 할 수 없다고만 생각하던 내가 그렇게 맘을 먹고 다른 분들과 함께 인증을 통해 연대하다 보니, 매일매일 나를 움직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음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함께하는 것의 힘일 게다. 더불어 깨닫는 것은, 매일 생각만 하면 절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의지를 밝히고 내 말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도 상당히 효과가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하기 어려우면 함께 하면 된다.
함께하는 것의 힘을 크게 느끼는 것이 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글모사를 통해 많은 문우님들과 함께 글을 써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글을 쓴다는 것은, 쉽게 생각하면 쉬을 수도 있고 어렵다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대부분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비슷한 애로사항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렇게 함께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글을 써나가는 것이 내게 큰 동기 부여를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혼자 하면 끝없이 고민에 빠져있을 수도 있을 텐데, 문우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의 글을 보며 자극을 받고 다시금 써내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혼자서 해야만 할 것 같았던 글쓰기마저도 이렇게 함께하는 것의 힘을 발휘한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간다. 때로는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지만, 잠시간의 휴식일뿐 다시금 우리는 관계를 갈망하게 되지 않던가.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줄어든 아쉬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렇게 함께하는 것의 힘을 되새기고 나니 그야말로 실제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어서 함께 하자고 마음은 모두 앞서가고 있는 듯한데, 상황이 점점 더 안 좋아지는 모양새를 보여 그저 걱정스럽기만 하다. 코로나는 그렇게 우리에게 '함께 하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 같다. 어서 이 험난한 상황이 지나가고 함께하는 힘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세상이 와주기만을 간절히 바라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