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마뮤 Oct 05. 2021

여덟 단어

내 인생을 바꾼 책 한 권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 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 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을 담아가고 있습니다.
10월의 주제는 '내 인생을 바꾼 책 한 권'입니다.


당시 나는 심적으로 많이 패배감에 젖어 지냈던 것 같다. 언제까지나 대한민국에서 여느 직장인들과 다름없이 매일 투덜대면서도 그 매일을 껴안고 견디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날들이 꽤나 오래 지속되리라 무턱대고 믿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 모든 것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사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줄 알았는데,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결혼과 더불어 찾아온 임신, 출산, 육아 3종 세트는 예상하던 삶의 형태를 보기 좋게 비껴나가게끔 만들어 주었다.

누구나 겪는 일이라지만, 어쨌든 손을 뻗어 육아에 적극 구원투수가 되어주실 집안 어른들이 아무도 안 계신 상황에 온전히 남의 손에 맡겨 아이를 키우며 뭐 그리 대단한 직장생활이라고 그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가정을 차선으로 놓아야 한다는 자체가 나의 내면에 엄청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그러한 내 개인의 입장과, 위기에 놓인 조직의 입장이 만나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니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는 결국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미리 계획하지 않았던 일을 맞이 하고는 담담하고자 하나 속으로는 당황스러웠다.


스스로 자존감을 구겨 버리니 나는 참 못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별거 아닌 일에도 마음에 상처가 되고, 그다지 의도가 담긴 말이 아닌 것에도 발끈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어차피 직장생활이란 똑같은 상황의 반복일 테니 내게 적절한 옵션이 될 수는 없었고, 뭔가 다시금 나의 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만 늘어갈 뿐, 섣불리 일을 저지르기가 사실 막연했고, 한번 해보자며 덤벼들 만큼 패기로 뭉친 젊은 나이도 이제는 아니었다.




오랜만에 모임의 자리에서 나의 이런 푸념을 들은 지인이 '여덟 단어'라는 책을 한번 읽어보라며 추천해줬다. 어떻게든 축 늘어진 내 마음가짐을 붙잡아 일으켜줄 무엇이든 필요했던 상황이기에 주저 없이 책을 구매했다.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굵직한 광고기획사를 거쳐 현재까지도 본인의 크리에이티브 컴퍼니를 운영 중에 있으신 박웅현 님은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 이렇게 여덟 단어로 우리의 삶에 대해 차근히 강의를 풀어놔 주셨다. 무엇보다 책을 시작하는 '자존'에서부터 이미 내게는 큰 울림을 던져주었는데, 지금까지도 내가 힘을 얻고자 할 때 들춰보는 한 구절을 인용해보겠다.

자신의 길을 무시하지 않는 것, 바로 이게 인생입니다. 그리고 모든 인생마다 기회는 달라요. 왜냐하면 내가 어디에 태어날지, 어떤 환경에서 자랄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각기 다른 자신의 인생이 있어요. 그러니 기회도 다르겠죠. 그러니까 아모르파티, 자기 인생을 사랑해야 하는 겁니다. 인생에 정석과도 같은 교과서는 없습니다. 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고, 의미 없어 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 순간 열결 돼서 별이 되는 거예요. 정해진 빛을 따르려 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

갑자기 누군가 머리를 한대 쳐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왜 나는 마치 인생 다 살아버린 사람처럼 다음을 그리기 두려워하고 있으며, 스스로를 패자로 치부하며 자꾸만 작아지게 만들고 있는 건지, 어리석은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겪어가고 있는 현재의 모습도 그저 나의 별을 그려내기 위한 하나의 점으로 만들 수 있는 건데, 한 치 앞을 내다보려 하지 않던 나의 모습을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나의 애티튜드를 고쳐야만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현재' 부분에서 또 한 번 내게 깊은 울림을 던져주었다.

만약 삶은 순간의 합이라는 말에 동의하신다면, 찬란한 순간을 잡으세요. 나의 선택을 옳게 만드세요. 여러분의 현재를 믿으세요. 순간순간 의미를 부여하면 내 삶은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겁니다. 순간에 이름을 붙여주고, 의미를 불어넣으면 모든 순간이 나에게 다가와 내 인생의 꽃이 되어줄 겁니다.

삶은 순간의 합. 바로 그것이었다. 내가 나의 현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 순간들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내 인생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내가 상황에 밀려 어쩌지 못해 일어난 결과가 아닌, 내가 마땅히 선택하고 겪어 갔어야 할, 내 인생에서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쪽으로 스스로 결단을 내렸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나의 현재가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 순간이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결국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순간순간 길을 찾아가는 건,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나만의 일이었던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하고 2년의 시간이 흐르는 지금, 여전히 기억하고 싶은 문구를 자주 들여다보며 내 마음을 다잡아가고 있다. 그 사이 이렇게 '글쓰기'를 만나게 되었고, 내 이야기와 생각들을 써내리며 잃었던 자존감도 많이 되살렸다. 별 얘기 아닌 것에도 상처 받던 작아진 나의 모습은 이제 없다. 나는 하루하루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렇게 하루를 꽉 차게 열심히 살아가는 지금이 너무 좋다. 이렇게 매 순간을 아껴 쓰고 의미를 부여하며 이어가다 보면, 분명 지금의 점이 또 하나의 연결점이 되어 나만의 별을 그려낼 날이 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Keep going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