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날 : 오타루의 아침

오타루 티타임과 오르골당

by 엄마몬

먼 길을 오기도 했고, 피곤한 일정이었으니 늦잠 좀 자고. 료칸이라 아침밥을 준다. 감사합니다 이 차려진 아침밥. 따뜻한 밥, 국물, 생선구이

어린이에게 오래간만에 제공하는 건강한 밥.


오타루에 왔으니 오타루 운하길을 걷고, 오르골당 구경하러 간다. 우리 세대 한국인이라면 모르기 힘든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의 도시

하루만 더 있었어도 온 동네를 데굴거리면서 돌아다닐텐데, 삿포로 눈축제와 오타루를 보는데 단 하루뿐이다. 내일 공항 가서 집에 가야 해.


아침에 밥 든든히 먹고 운하를 걸어서 동네 구경을 간다. 료칸은 역에서 10분 정도의 거리고 운하까지도 10분 정도면 간다. 물길 옆을 걸어가는데 뭔가 눈으로 조곰조곰 꾸며놓은 게 보인다. 오늘내일 눈빛거리축제라서 준비하고 있고 자원봉사자들도 보인다. 료칸 바로 옆에 골목길도 길게 꾸며놨다. 몰랐는데 숙소 잘 잡았네.


https://www.sapporo.travel/ko/event/event-list/otaru-snow-light-path/


오르골당 주변에 유명한 디저트 집이라든가 찻집 등 많이 있다. 홋카이도 자체가 일본의 목축업과 농업의 본산이라 우유가 맛있어서 치즈나 디저트 푸딩, 아니 그냥 우유도 맛이 있다고 한다. 홋카이도 지역 외의 일본 편의점에서도 홋카이도산!이라고 표기된 상품이 많았었지.


오타루에 구경 가는 거 자체에 어린이는 기분이 나빴다. 아니 바로 삿포로 가서 눈축제 보자고, 그게 유명하다며. 하면서 툴툴 심통부림. 오르골당 가면 뭐 한 개 사줄게 좀 보러 가자고, 눈축제 규모가 얼마나 큰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 거기부터 가면 오타루 하나도 못 본단 말이야. 오르골당은 저녁에 문 닫아 구경하고 가자. 달개가지고 갔지만 내내 투덜투덜, 하지만 오르골당 들어가니까 좀 신기하고 재밌지.

2층 올라가니 토토로 있어서 기분 확 풀림, 내내 사진 찍는 거 싫어하더니 토토로 옆에 서서 사진 찍어 달래. 토토로 아니었으면 어쩔뻔했는가 여행. 이거 저거 오르골 노래도 들어보고 결국은 토토로 산책이 나오는 오르골 골랐다. 단단하게 포장해 주셨는데도 얼른 꺼내서 들고 다니며 듣고 싶어 함.


그리고 여기가 홋카이도, 혹은 일본 제일의 제과명소야 제발 티타임 한잔 하자. 초코케이크 사줄게 치즈케이크도 사줄게 하는데 다 싫대. 르타오 본점에 한 팀만 기다리면 되는데 기다리는 거 싫다며 나가버렸다. 음료 2잔에 르타오 케이크 2개에 3,300엔이면 거저야.. 우리나라에서는 말도 몬해 야.


하지만 걸어 나와서 삿포로에 가쟤. 내가 이번 여행 내내 커피 한잔을 밖에서 못 사 먹었어. 내일 집에 가고 나도 홋카이도 처음 왔고 겨울에 오타루 다시 오는 건 살면서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인데 그럴 수는 없어 가다가 여행책에서 봤던 것 같은 등유 등 달린 찻집 가서 야, 아이스크림 사줄게 해서 들어갔다.

케이크 세트랑 아이스크림 시켰는데 한숨 푹푹쉬면서 심드렁하고, 아이스크림도 안 먹는대. 오르골 사준 지 20분도 안 됐어, 협조 좀 해. 아무리 배경사진 벽지 같은 어린이 캐리어 엄마라도 차 한잔은 먹자. 아랑곳하지 않고 커피에 설탕 넣고 야무지게 케이크랑 아이스크림 먹고 있으니 케익이 1/3 남았을 때 퍼먹기 시작한다. 그래야지.


그리고 삿포로 가려고 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르타오 전망대와 길에서 주는 시식 초코렛만 두 개 먹고

가자 기차역으로.



어린이와 여행하시는 여러분, 화이팅입니다.

그래도 마음 상해서 화내면 여행이 어색해지니까요.

어차피 3년만 지나면 문닫고 들어가서 엄마가 뭘 알아, 하고 나랑 안 놀아줄 그날만 기다리며

조금만 힘내요. 3년 뒤에는 나도 혼자 여행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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