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후회가 남는 걸까
집에 돌아가니 계단참에 못난이 감이 종이백에 열두어 알 담겨있다. 앞집이 놓고 갔더라.
작은 쪽지도 들어있다.
안녕하세요
방금 전에 딴 감입니다.
진딧물 자국이 많아서 드리기도 민망하지만, 맛은 꽤 좋아요.
드셔주시면 참 감사하겠습니다.
쪽지도 간결하다. 근데 마음이 담겼다. 고마와라.
이사하고 첫해 지나고 아직 아이가 아장거릴 때 앞집 할아버지가 이렇게 감을 한봉 주셨다. 나이는 불혹인데 수줍다는 핑계로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은 나는 당황한 얼굴로 감사를 드리고는 어떻게 이어가질 못했다. 남편이 이후에 곶감을 드렸다고 했다.
주방에 서면 앞집 이층에서 화분을 정리하는 할아버지를 보게 된다.
자주인지 종종인지 모를 자연스러운 풍경처럼 그런가 했는데 사오 개월이 지나고야 할아버지가 요즘 안 보이시는 거 같아, 생각이 들었다. 그때쯤 남편도 혹시 앞집이 이사 갔나, 한마디 했다.
그제야 지금까지 지나다니면서 할아버지 봬도 잘 인사도 안 챙기고 모르지도 알지도 않은 얼굴이라 애매하게 한 발짝 늦게 가거나 한 적도 있다.
태어나서부터 한집에 계시다 작년에 돌아가신 할머니는 구십오 세셨다. 아마 비슷한 연배 실 텐데 병원에 가셨을까 혹시 돌아가신 걸까. 돌아가셨다고 한들 우리에게 소식을 전할 관계는 아니었구나 십 년을 살았는데. 그 이후 종종 생각이 들었다 미련처럼 자꾸 밟혔다.
그러다 식탁 위에 올라온 감을 볼 때마다 마음이 달큼하고 미안하다. 누구에게 미안한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조금씩 더 사람과 연을 맺는 요즘이 조금 일찍 왔더라면 인사를 싹싹하게 드렸을 텐데
애를 붙잡고 한마디라도 건넸을 텐데
그럼 할아버지도 조금은 기분 좋은 순간을 더했을 텐데.
나의 어색함보다 배웠던 예의든
앞의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할 수 있도록.
한순간이라도, 안 하던 짓이라도 친절해볼걸.
다정한 순간을 더 만들어둘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