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불안함이 느껴지시나요?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월요일은 마치 행복한 단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날 같습니다. 열어 놓은 창가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커튼을 간질입니다. 창밖에선 올 여름 마지막 매미가 목청껏 울고 있습니다. 햇빛에 뽀송하게 말린 이불이 종아리를 스쳐지나갑니다. 단순한 후각이나 촉감에도 일상을 행복으로 이끄는 마력의 힘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침대 위에 누워 조금 더 빈둥대고 싶어졌습니다.
우리 부부는 주말동안 함께 맥주를 마셨습니다. 얼마 전에 새로 유리잔을 샀습니다. 540ml 짐승용량에 오로라 빛이 감도는 잔이었어요. 코로나로 집에서 마시는 맥주라도 좀 느낌있게 마셔보자는 의도였죠. 편의점에서 마셔보고 싶은 맥주들을 어렵게 고르고 (손톱을 물어 뜯고 싶을 만큼...우유부단한 이들에게는 이 결정의 순간이 늘 어렵습니다.) 검은 봉지에 담아 들고 오는 내내 묵직한 기대감으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딸깍~스으으으~~똘~똘~똘~똘”
유리잔을 잡는 그립감은 낯설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따르는 용기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액체라서 일까요. 새로운 잔에 따르니 늘 마시던 맥주도 새롭게 느껴집니다. 뽀글뽀글 탄산이 달라붙은 유리잔의 표면을 돌리자 오로라가 일렁입니다. 입술을 대고 천천히 한 모금씩 음미를 하자 IPA 홉의 향이 맴돌았습니다. 하루는 간장소스를 발라 구운 등갈비랑 함께 마셨고 또 하루는 숯불 치킨에 칠리소스를 더해 마셨습니다. 역시 맥주는 어떤 요리와 함께 먹어도 잘 어울리더군요.
우리는 적당히 취해도 대사를 놓칠 일 없는 한국 영화를 틀었습니다. 영화배우 진구씨가 재식 역할로 나왔습니다. 은혜라는 어린 여자아이도 등장하죠. 어느 날 은혜의 엄마가 갑자기 죽었습니다. 함께 일하던 재식은 은혜네 전세보증금 8천을 노리고 가짜 아빠노릇을 시작합니다. 이 장면에서 ‘아이를 키우며 개과천선하는 전형적인 건달영화’로구나 싶었는데. 맥주를 안주 삼아 기대 없이 보려던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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