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불안함이 느껴지시나요?
낮의 축제가 끝나고 어둠이 내리면 생각이 많아지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혼자라는 고독함 때문일 것이다. 어둠이 밝은 시야를 막고 시끄러운 소음도 적막해지면 점차 귀도 문을 닫는다. 캄캄한 적막 속에 들자 감각기관들이 휴식시간을 갖는다. 도로위에 소음이 멈추면 작은 풀벌레들이 우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하루 종일 들리지 않던 내 마음속의 이야기도 들려온다. 종알종알 말들이 머릿속에 차오른다. 나는 이 고독하고 적막한 시간을 사랑한다.
‘혼자서 보내는 밤은 무얼하면 좋을까?’
집안 여기저기에 사놓은 책들을 읽는다. 책 속에 인용된 책이나 누군가가 재밌다고 추천한 책들을 와르르 한꺼번에 구입하는 편이다. 그리곤 열대과일처럼 후숙기간을 거친다. 일요일 오후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시간이면 산더미처럼 쌓인 책만 바라보아도 좋아 흐믓해진다. 긴긴 겨울을 앞두고 연탄광을 꽉 채운 기분이랄까. 읽지 않은 책들은 종종 내일을 살아야 할 이유가 되어주기도 한다. 결말이 너무도 궁금하니까. 새로 산 책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밤은 독서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안개가 가라앉듯 감정의 역치가 내려가 조그만 자극에도 금방 무너져 내리기 쉽다. 매일 밤 무너진 성벽을 다시 쌓다 보면 좀 더 단단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모아둔 책들은 읽어도 읽지 않아도 모두 좋다.
그런 다음 집 앞 편의점으로 향한다. 한 밤중에 편의점은 잠 못 드는 이들에게 쉼터가 되어준다. 캄캄한 세상 속에 내걸린 환한 간판처럼 나를 환대해주는 기분이 들곤 한다. 밤늦은 시각 편의점에 들른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이다. 평소 즐겨마시던 술과 안주는 고르는 손길에는 어쩐지 기대감이 느껴진다. 계산대에 선 그들의 등이 나처럼 고독해보여 다행이었다. 어깨를 부딪치지 않으려고 조심히 지나치던 순간 우리는 알지 못하는 연대감에 휩싸인다. ‘인간은 모두 고독하답니다. 나를 보세요. 당신도 그런가요? 어쩐지 우린 같은 눈빛을 가졌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 밤중의 편의점에는 아무 말이 없다. 말 없는 위로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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