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부메랑처럼 돌고 돌아가는 것

생활에서 주로 어떤 도구를 이용하시나요?

by 지각쟁이

아이들이 조용하면 늘 어디선가 사고를 친다. 핸드폰이 조용한 날에도 나는 조금 수상해진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핸드폰도 늘 시끄럽고 부산스러운 게 더 좋다.


밀린 집안일로 분주한 날이면 그 작은 핸드폰이 얼마나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벨이 울리면 주방에서 호박전을 부치다가도, 빨래를 털다가도 허겁지겁 달려가 전화기를 찾느라 바쁘다. 작은 녀석이 진동으로 되어있으면 한참을 숨박꼭질에 나서야한다. 언제나 전화 먼저 걸어오는 사람은 남편이다. 통화목록을 뒤져 전화를 거는 게 어색할 만큼 우리의 관계는 당연했다. 하루를 떨어져 살며 해주고픈 말들을 마음에 차곡차곡 모아둔다. 별거 아닌 이야기도 둘이 나누면 재미가 빵 반죽처럼 부풀었다. 우리 둘만 들을 수 있는 라디오 주파수에 사연을 보내는 것처럼. 오래된 부부의 좋은 점은 이런 것 아닐까.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사이.” 반면에 나이가 먹을수록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점점 줄어가 서글프다. 나이를 먹어가며 대화의 희열을 뒤늦게 알아버린 나는 어쩌란 말인가.


가끔은 몸속에 말들이 차오른다. 바닷가에 밀물이 들어오듯 찰랑찰랑 차오르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러다 목 끝까지 차오르면 실제로 익사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면 핸드폰을 찾아든다. 나에게는 세 살 터울인 언니가 있다. 그녀와 전화를 할 때면 늘 ‘아무말 대잔치’가 펼쳐진다. 자매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게 많아 좋다. 아이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무긍무진 세상 이야기들로 넘쳐난다. 교육, 육아, 생활용품, 장난감, 드라마 주제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정신 바짝 차리고 주제와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안그럼 전화를 끊고 무슨 말을 나눴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언니의 음성이 평온해 보여서 다행일 뿐이다. 동생인 나는 늘 뒤에서 그녀의 삶을 응원한다. 형제가 잘 살아내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나는 희망을 얻고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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