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가구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생활에서 주로 어떤 도구를 이용하시나요?

by 지각쟁이

그리스 신화에는 ‘잡아 늘이는 자’라는 이름을 가진 프로크루스테스가 나온다. 포세이돈의 아들로 알려진 그는 아테네 인근에 여인숙을 차렸다. 특이한 건 손님들이 들어오면 쇠 침대에 눕혔다. 키가 큰 사람에게는 작은 침대를 내어주고 작은 사람에게는 큰 침대를 내주었다. 키가 침대보다 커서 밖으로 튀어나오면 머리나 다리를 톱으로 잘라내고, 작으면 몸을 잡아 늘여 죽였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역시 ‘뿌린대로 거둔다’ 법칙이 통했던가? 프로크루스테스는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자신이 자행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침대밖에 튀어나온 머리가 잘려 죽게 되었다.


얼마 전 이케아에서 민넨침대를 구입했다. 성장기인 아이들의 키에 맞춰 길이를 조절 할 수 있는 철제 침대였다. 육각 렌치로 침대를 조립하는 동안 크로크루스테스 이야기를 떠올랐다. 침대에 갈비살을 끼우며 ‘신화 속에도 길이조절 철제침대가 있었다면 수많은 희생자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요즘 자신의 원칙이나 기준을 막무가내로 고집하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억지로 자신에게 맞추려고 하는 태도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표현으로 사용한다.


‘라꾸라꾸’ 침대를 기억 하시나요? 라꾸라꾸는 철제로 만들어진 접이식 싱글 침대였다. 접이식으로 되어있어 보관이 편리하며 바퀴가 있어 이동이 수월했다. 홀로 사는 자취생들이나 숙직실에서 쪽잠을 자야하는 이들에게 잠자리가 되어주던 간이침대였다. 좁은 공간에서 침대를 접었다가 펼치면 곧 잘 아늑한 방으로 만들어주었다. 자취를 시작하던 젊은 시절 나는 라꾸라꾸 침대위에서 잠을 자며 꿈을 키웠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피곤하거나 얼큰하게 술에 취해 들어온 날이면 자주 가위에 눌리곤 했다. 허리가 아파 자세를 바꿀 때면 ‘삐그덕~끽~끽’대는 철제 소리가 귓가에서 돌림노래로 울려왔다. 누군가 나를 노려보며 서있었다. 하루는 톱을 든 프로크루스테스가 또 하루는 하얀 소복에 긴 머리를 풀어헤친 처녀귀신이었다. 침대를 바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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