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은 마음을 바람에 말려요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드신가요?

by 지각쟁이

아기가 새벽 내내 뒤척였다. 이른 아침 부족한 잠을 몰아 자느라 쌔근쌔근 숨을 내쉰다. 엄마도 아가를 닮아 아침잠이 많아졌다. 그런 날이면 온몸을 짓누르는 중력에 아파온다. 첫째 딸아이가 작은 발로 등을 밟아주었다. 어깨 위에 돌덩이 같던 피로들이 잘게 부서졌다. 어깨를 툭툭 털고 일어서자 피곤함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얼른 눈꼽만 떼고 새로운 날의 햇님을 만나러 가자.”


눈이 퉁퉁 부은 아이들과 서둘러 출발했다. 여름철 태양은 부지런해서 늘 먼저 나와 우리를 반긴다. 정각 일곱시 이미 해가 중천이다. 불볕더위가 시작되었다. 지면을 어루만지는 바람은 선선한 덕분에 그늘을 찾아다니면 꽤 시원하다. 아침 햇살은 사진관에 켜놓은 전등처럼 밝고 따뜻하다. 그 아래에서 땅을 꾹꾹 밟으며 하루를 깨워본다. 오늘 하루에게 인사를 한다.


산책을 하다보면 늘 같은 사람들을 마주친다. 같은 시간에 산책을 하면 은근한 경쟁구도가 펼쳐진다. 동네 어귀에 치킨집 사장님은 늘 같은 시간에 가게를 열고 테라스에 앉아 신문을 보신다. 밍기적 거리다 십분을 늦게 나온 날에는 아저씨는 이미 다 본 신문을 접고 비질을 시작하셨다. ‘내일은 아저씨보다 한 걸음 더 부지런 해지자!’고 다짐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늘 고운 쪽빛으로 물들인 한복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가신다. 노장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오르막길을 벅참없이 타시는 모습이 한 두 번 오르신 솜씨가 아닌 듯 하다. 그 날 이후로 아저씨의 페달 구르는 모습을 만나면 왠지모르게 반가워졌다.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등을 도닥이는 기분이 든다. 뒤에서 조용히 그들을 따라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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