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못하는 인간의 삼시세끼 도전기

명치가 쓰리고 소화가 잘 안 되시나요?

by 지각쟁이

“자~오늘은 버섯잡채야, 식지 않게 얼른 먹어!”

“우와~난 엄마가 해 준 밥이 제일 맛있더라?”


옆에서 모녀의 대화를 바라보던 남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전혀 동의해 줄 생각이 없는 표정이었다. 맞다. 그런 남편의 표정에 나 또한 동의한다. 나는 요리를 못하는 엄마이다. 아니 요리와 친해지고 싶지 않은 엄마라고 해야할까. 엄마로써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그런 엄마에게도 가끔은 산책도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명상의 시간도 필요한 법이다.


더운 여름철이면 뜨거운 불 앞에 서서 요리하는게 점점 힘이 든다. 에어컨을 켜도 땀은 줄줄 흐른다. 밥을 먹을 때 즈음 내 얼굴은 잘 익은 자두 빛으로 익어있다. 언젠가 결심했다. 쉽고 간단하지만 영양가 있는 한 그릇 요리들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요리도 살림살이처럼 단촐하게 바꾸기 시작했다. 먼저 고장난 밥솥을 과감히 내다버렸다. 하루종일 뜨끈한 보온 모드에 흰쌀밥을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유혹부터 끊기로 했다. 그리곤 압력솥을 새로 들였다. 처음 밥을 지을 땐 최적의 시간과 불조절을 위해 여러번 실패를 해봐야 했다. 이제는 전날 불려놓은 콩을 넣고 지은 잡곡밥도 윤이 돌고 찰지게 해낼 수 있다. 한 번에 쌀컵으로 4컵 분량 정도를 하면 2인 식구 기준으로 4일을 먹는다. 전자레인지용 밥용기에 한 끼니씩 덜어 식힌 후 냉장보관한다. 냉동밥이나 냉장밥은 탄수화물의 당분 섭취를 낮추어 당뇨환자들에게 좋다고 한다. 이렇게 보관한 밥은 전자레인지에 2분 만 돌리면 언제든 뜨끈한 새밥이 되어준다.


“직접 장에 가서 제철에 나는 재료를 고르자!”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료 본연의 맛을 감추지 않고 먹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직접 장을 보러간다. 제철에 나는 재료는 될 수 있으면 장바구니에 채우려 노력한다. 신선한 재료는 좋은 영양가를 공급할 뿐 아니라 천연 조미료가 되어준다. 얼마 전 시장에서 제주 흙당근을 사왔다. 곱게 씻어 칼질을 할 때 즙이 터져나왔다. 생당근은 천연 주황빛이 진하게 돌았으며 아자작한 식감이 좋았다. 당근을 씹을 때 마다 단물이 흘러나왔다. 요리를 하기 위해 구입했던 당근은 결국 숭덩 스틱으로 잘라서 식탁위에 올라갔다. 냉장고에 오래된 당근 한 조각을 꺼내 조리해 먹기로 했다. 같은 식자재이지만 컨디션에 따라 다른 요리결과를 만들어낸다. 텃밭이라는 후라이팬에서 태양이 조리해낸 재료들은 그들 본연의 맛을 지니고 있다. 요리는 바로 그런 신선한 재료를 구입하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한 그릇에 모두 담을 수는 없을까”


이어지는 글과 그림이 궁금하시다면 신간 [엄마의 삶에도 문진표가 있나요?]를 구매해주세요.

작가의 이전글응답하라 떡볶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