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는 편인가요?
어떤 동물들은 성장을 마치면 자라온 곳을 떠나간다. 새로운 곳에서 짝을 만나 종족을 번식시킨 뒤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간다. 회귀본능이다. 동물들은 어릴 적 각인된 감각기억을 네비게이션 삼아 돌아간다고 한다. 사람의 경우에도 뇌에 저장된 자료에 의해 거의 무의식적으로 귀소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명절’은 어미 옆에 찾아가 지친 몸을 누이는 회귀본능인 걸까.
흔들리는 커튼자락에는 아직 밤의 기운이 내려앉았다. 몸이 무거운 아침이다. 사흘간의 명절이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달력위에 주루룩 줄 선 빨간 날들을 보며 ‘참 길다’ 생각했는데 호다닥 지나가버렸다. 이번 명절에도 코로나 기세는 대단했다. 부모님 집에 잠시 들러 용돈만 전하고 올 생각이었다. 뻑적지근하게 잘 차려놓은 밥상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밥상이 뻑적지근할수록 엄마의 관절도 뻑적지근하겠지. 새벽부터 잠 못자고 일어나 분주히 움직였을 엄마의 동선이 그려졌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과 함께 꼭꼭 씹어 배부르게 먹었다. 그리운 엄마의 음식으로 배를 채운 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최대 수혜자는 우리집 냉장고였다. 엄마가 김치냉장고를 오가며 부지런히 싸준 음식들로 꽉차서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었다. 문짝 위 음료 칸에도 삼색 나물이과 잡채로 채워졌다. 누군가 나의 냉장고에 텃밭을 일구어 놓은 것 같았다.
“엄마, 우리는 차례도 안 지내는데 이게 다 웬 제사상이야~”
“이렇게 해서 먹어야 명절 분위기도 좀 나잖니~”
“제사상이 괜히 제사상이야? 죄다 손 많이 가는 음식들뿐이라 만들다가 골로 가는게 제사상이잖아. 엄마 고생하지말고 쉬시라니까~”
“얼른 조용히 하고 먹어~요즘 무가 달다더라. 무나물도 먹어보고 녹두전도 먹어봐바바!”
엄마가 싸주신 쇼핑백에서는 끝없이 반찬이 쏟아져 나왔다. 냉장고가 놀랐는지 입이 쩍~ 벌어졌다. ‘삐~삐’ 울려대는 경적 소리에 문을 덜컥 닫았다. ‘부디 설렘과 기대감으로 채워진 음식들이 유통기한에 임박해져서 초조한 마음으로 나오지 않기를.’ 주방 한 켠에 놓인 사각형 타임캡슐에서 부지런히 음식을 꺼내어먹는 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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