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고 꿉꿉한 여름장마에는 빵식을

계절이 바뀔 때 현기증을 느끼거나 어지러우신가요?

by 지각쟁이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습식 사우나처럼 축축한 공기에서 흙내음이 났다. 높은 하늘에서 추락한 빗방울이 베란다 난간을 때린다. 떨어지는 빗방울에 가로등은 열십자로 빛이 나고, 달처럼 달무리가 끼었다. 저 멀리 점멸 신호등이 깜빡이자 캄캄한 도로 위에 주황색 별들이 반짝인다. 모든 길거리가 코팅은 한 듯 반짝이며 윤이 났다. 비 내리는 소리는 마치 작은 풀벌레들이 우는 소리를 닮았다. 자동차가 지나가자 물방울이 유리구슬처럼 아스팔트 위를 구른다. ‘똑. 똑’. ‘후두둑’. 비가 만들어 내는 리듬은 자연의 협주곡이 된다. 여름비는 더럽혀진 길을 부지런히 쓸며 지나간다.


집안이 온통 꿉꿉했다. 방바닥이 발에 ‘쩍’하고 들러붙는다. 이불은 한 참을 울고 일어난 듯 눅눅하고 축축했다. 차창을 열고 비를 바라보자 권태도, 우울함도 짜증 조차도 깨끗이 씻어 내려주는 기분이다. 나의 마음속에도 한바탕 비가 내렸다. 이제 맑을 일만 남았다.


일주일 동안 비가 내려서일까. 화장실과 주방 싱크대에 물 마를 날이 없었다. 이런 날이면 복잡한 요리는 할 수가 없다. 가벼운 플라스틱 그릇을 꺼내어 시리얼을 부었다. 경쾌한 소리가 울린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우유는 먹기 직전에 따른다. 우유에 담겨 눅눅한 시리얼은 햇볕에 놔둔 미적지근한 치즈처럼 먹기 힘들다. 냉동실에서 생지를 꺼내어 에어프라이어에 굽는다. 200도시에서 7분간 잘 구워진 빵이 모락모락 긴 숨을 내뱉는다. 햇볓에 그을린 듯 빵이 갈색으로 바삭바삭하게 구워졌다. 이제 식탁에 올리면 식사준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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