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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Oct 19. 2017

기억이, 오랜

오래된 운동장 구석에 방치된 녹슨 축구골대는

은퇴식을 치르지 못한 무명 축구선수의 등을 닮아 있었다.

꽤 오랜 시간 그 밑바닥을 점령해왔을,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들의 강인한 생명력은

오히려 지금의 구석진 자리가

녹슨 축구골대에 더 어울릴법한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해마다 방학이면 부쩍 성장한 제 새끼들 손을 잡고

이제는 중년을 훌쩍 넘긴 소년이 옛 추억에 젖어 방문하면

정말이지,

그 골대의 녹슨 구릿빛은 순간 황금빛으로 변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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