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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

by 지니

예고도 없이 오동나무가 잘렸다.

병원과 낡은 주택 마당을 경계 짓는 담벼락 사이에 갇혀

겨우 햇볕을 볼 수 있을 만큼 자라나

친구가 나무의 이름을 알려준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

오동나무의 윗 둥치가, 그러니까, 담벼락의 높이만큼 딱 남겨두고 싹둑 잘렸다.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않더라도 나무는

그저 제 이름을 가진채 살아갈 터이지만

이미 수줍게 들켜버린 후에 상실은

누군가의 기억에 자리 잡고 있어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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