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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Sep 12. 2017

애국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전제 아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짓밟거나 무력을 행사해서는 안 될 의무도 있다.

한 국가의 전직 대통령이 수감된 지 반년이 다 되어가도록 여전히 법원의 판결은 내려지지 않았고, 그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대통령의 무죄와 결백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분노는 나날이 거세어진다.

'대한 애국당'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거창한 새로운 정당의 꼭짓점엔 열렬한 전직 대통령 지지자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는 풍채 좋은 양반이, 흡사 독립투사라도 된 듯한 비장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뜬 채 전직 대통령의 인권유린을 중단하고 더 이상 정치적 보복의 재물로 삼지 말고 하루속히 석방하라고 주장하면서 더불어, 친북 빨갱이에게 점령당한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해낼 것이라며 열변을 토한다.


어릴 적 교과서에 일제 시대의 탄압을 묘사한 내용에서 종종 접할 수 있었던 단어가 '인권유린'이었다.

당시엔 너무 어려서 그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무엇인가 옳지 못한 나쁜 행동의 결과에서 나온 단어라는 것쯤은 인식할 수 있었다.

남의 권리나 인격을 짓밟는다는 뜻의 '유린'은 정당하지 못한 이유로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고 피해를 줄 때 해당될 수 있는 단어다. 바꾸어 말하면 범법자에겐 타인의 인권을 유린했을 가능성이 다분하고, 더 이상 그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구속이라는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가혹하거나 부당한 대접만 받지 않는다면 당연히 범죄자에겐 '인권유린'이라는 단어가 해당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도 거창한 '대한 애국당'이 지속적으로 전직 대통령의 '인권 유린'을 중단하라고 외치는 것은 그녀가 국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그야말로 명백한 '인권 유린'에 대한 증거들은 모두 조작된 것이라 여기거나 하찮은 일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헌법 제1조 1항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명백히 언급하고 있지만, 과도한 혼란기를 거치며 어렵게 자리 잡은 민주주의는, 이름도 거창한 '대한 애국당'의 당원들을 비롯한 그 외 많은 사람들에겐 여전히 그 개념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늘 우러러봐야 했고 떠받들어야 했을 한 나라의 대통령은 위대한 인물이고, 자잘한 잘못쯤이야 그토록 큰일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겨왔던 지난 시절의 잔재가 급속도로 선택한 민주주의 안에 여전히 남아있는 듯하다.

그도 아니라면 개인의 자유와 행복쯤은 위대한 그들의 대통령과, 위대한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서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다는 '애국'의 마음이 모인 결과라고 보여 내 보잘것없는 애국심이 문득 초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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