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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Nov 25. 2016

스타벅스

이곳에선 나만이 타인을 관찰하고 있다.


그들이 보고 있는 책을 궁금해하고, 그들이 신은 신발과 옷매무새를 훑어보고,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그들의 얼굴을 살핀다.

대게는 취업을 위해 공부를 하는 듯, 두꺼운 책을 펼쳐놓고 책의 문장을 암기하며 중얼거리거나 노트북에 눈을 고정한 채 동영상 강의에 집중하고, 몇몇 이들만이 친구나 연인 또는 동료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뿐이다. 간혹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공부중 휴식을 갖기 위해 고개를 드는 이들과 눈이 마주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괜한 오해라도 살까 싶어 금방 시선을 회피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들 대다수는 나의 존재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두지는 않을 것이다.

좀 더 나은 미래의 삶이나 가까운 사람들과의 좋은 시간을 위해서 애쓰는 그들과 달리 나는 무슨 연유로 변태처럼 하릴없이 그들을 관찰하고 있는 것일까. 그 관찰하는 습관이 창작의 원천이 된다고 하더라도 때로 나는 그것이 마뜩잖다.

그런 생각의 와중에 새로운 이가 또 빈 테이블을 채우기 위해 들어오면 나는, 그들이 의자를 빼서 앉는 손에 시선이 머물렀다가, 햇볕에 반짝이는 그들의 목덜미에도 시선이 머물렀다가, 쓸쓸해 보이는 그들의 뒷모습에 또 한참 시선이 머문다.


생각해 보니 나는, 오래전 그녀와 헤어지는 순간에도 그녀의 애틋한 손을 잡고 걷던 골목에서, 열려있는 창문 넘어 보이던 이웃의 권태로운 일상을 궁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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