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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Feb 15. 2017

뉴트리아의 항변

뉴트리아를 잡아보겠다고 공수부대 1개 소대를 투입할 의향이 있다는 문의전화가 있었다고 한다.

곰 웅담보다 효과가 크다는 기사가 나가자마자 당연, 셀 수 없는 문의전화가 빗발쳤을 테고, 그보다 먼저 행동으로 옮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먼저 있었을 테고, 그보다 먼저 일급비밀이 너무 일찍 누출된 것에 안타까워하며 분을 삭이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대단한 대한민국,의 사람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몇 해 전 급작스레 불어난 뉴트리아로 인해 골치를 앓던 경남지역에서 포상금으로 이만 원을 내걸었다는 기사를 접하고 가깝게 지내는 어릴 적 친구에게 술자리에서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다.

나는 그저 그토록 불어난 개체수의 번식 능력이 놀라웠고, 그 해결책으로 포상금을 내건 지자체의 행정방식이 재미있어 이야기를 건네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이 반짝이던 친구는 대뜸, 몇 마리를 잡아서 교배를 시켜 개체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생각지도 못한 의견에 당황하기도 했고, 생산적인 방법에의 접근에 놀라기도 했고, 그렇다 하더라도 어떻게 그런 상황에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지 나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 무지막지한 발상이란!


                                                         

                                                                    *----------*


나는 뉴트리아입니다

나는 불가리아에서 여기로 왔어요

소문에 의하면 식용이나 모피를 목적으로 오게 되었다는데요

다행히 당장에 희생되지는 않아서 가정을 꾸릴 수 있었고 척박했지만 단란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번식력이 너무 좋아서 순식간에 여기 이나라 남부의 강들을 점령했고, 그러자 사람들이 우리를 미워하기 시작했어요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찍힌 사진들이 나돌면서 포상금이 걸렸다더군요

자주는 아니었지만 동료들이 때때로 사라지기도 했어요

우리는 늘 경계를 하지만 사람들이 맘먹고 덤벼들면 그야말로 대책이 없거든요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하잖아요

당신들이 여기로 데려와 놓고 이토록 핍박할 수 있나요

바람결에 들었어요

우리의 쓸개가 곰이 가진 그것보다 더 위대한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내 사람들이 우리의 쓸개를 싹쓸이 해 갈 것이라는 것을

뭐 어쩌겠어요

우리는 당신들과 달리 촛불을 드는 방법도, 촛불을 켜는 방법도 모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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