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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Feb 21. 2017

깊은 선의를 가진 잠룡

통섭, 선의 같은 익숙한 듯 하지만 언뜻 그 뜻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단어들을 몇 번이나 반복해가면서, 목표가 불분명한 초점으로 입꼬리에 미소를 끝내 잃지 않으려는 표정을 유지하며 유창한 말솜씨를 뽐내는 젊은 대권후보의 인터뷰를 접하고 나는 아연실색했다.

단 한 번도 그에 대한 깊은 관심도 없었지만, 그래도 한때 참여정부에서 중책을 마다한 것과 지속적으로 오르는 지지율만 놓고 본다면, 그의 인물 됨됨이나 지도자로서의 역량은 많은 이들의 검증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라 여겨왔고, 비교적 젊은 정치인이 이토록 위태한 나라에 어떤 힘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왔다.


인터뷰를 보는 내내 나는 너무 멍했고, 화가 났고, 답답했고, 그의 말을 당최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러는 중에도 손석희 아나운서의 냉정하고 뼈가 있는 질문들에 순간순간 희열 하기도 했지만, 뉴스가 끝나고 나니 장황한 수사만 잔뜩 늘어놓은 약장수나 목사의 이미지만 선명히 남겨졌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 sns에서 '안희정'씨를 일컬어 '교언영색'이라는 사자성어로 단호하게 정의를 내렸던 글을 본 기억이 있다. 나는 그때도 스쳐 지나가듯 스크롤을 하며 그저 누군가의 극단적인 견해이겠거니라고 생각했다.


단 한 번의 인터뷰만 접하고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이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을 테지만, 많은 정치인들이 -또한 사람들이- 변해가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끔찍한 괴물의 모습을 하고 살아가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그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흔히 봐왔던 터라, 나는 무모하게도 그에 대한 깊은 선입견을 가져버렸다.

그에게서 이명박 씨와 박근혜 씨를 합쳐놓은 것 같은 인상을 받은 것은 그저 내 과한 상상력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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