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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un 13. 2017

401번 블루스

버스를 잘못 탄 여인은 바퀴가 달린 제법 큰 시장바구니를 운전석까지 기어이 끌고 가서 기사에게 길을 물었지만, 무뚝뚝한 기사는 내려서 갈아타라는 말만 했다.

걱정 가득한 얼굴로 뒷문으로 향하는 여인에게 중년의 사내는 목적지를 물었고, 이내 다음에 내려서 길 건너 반대방향의 버스를 타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러자 내내 엿듣고 있던 몸빼 바지를 입은 뚱뚱한 여인은 그렇게 하면 두 번을 또 갈아타야 하니 시내 중심까지 가서 한 번에 갈아타는 급행버스가 훨씬 편하고 빠르다고 거들었다.

중년의 사내는 모르는 소리라며, 그렇게 하면 시간도 비용도 더 든다며 일반버스로 환승하는 편이 더 쉽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몸빼 바지를 입은 뚱뚱한 여인은 이내 얼굴을 붉히며, 왜 번거롭게 두 번이나 환승을 하냐며 네다섯 코스만 더 가면 시내인데 그 양반 답답하다며 핀잔을 줬다. 사내는 시내로 진입하기 전에 차가 늘 막히고 그곳에서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니 앉을자리도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급기야 두 사람 간에 언쟁이 오갔고, 버스 안 사람들은 멀뚱히 있었고, 여인은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당황해했다.

보다 못한 또 다른 중년의 여인이 몸빼 바지를 입은 뚱뚱한 여인의 편을 들었고 중년의 사내는, 그 사람들 모르면 가만히나 있지라고 큰소리를 한번 더 치며 하차벨을 급히 눌렀다. 버스는 얼마 가지 못해 시내 중심가 바로 앞 정류소에서 정차했고, 남자는 얼른 여인의 시장바구니를 들고 내리며 여인에게 따라 내리라고 큰소리를 쳤다.

여인은 남겨둔 버스 안 두 여인을 미안한 듯한 눈길로 쳐다보며 뒤따라 내렸고, 버스 안에서 언쟁을 하던 두 여인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어이구 잘한다 잘해라고 연발하며 버스 밖의 두 사람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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