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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un 10. 2017

어떤 밤, 어떤 죽음

가로등 하나 없는 골목에서도 유독 빛나는 검은 물체는 가까이 가보니 죽어 있는 고양이였다.

차에 치인 듯, 길 위에 짧고 선명한 스키드 마크를 따라  붉은 피가 얼룩져 있었고 돌출된 동공과 반쯤 나온 혀를 깨문 입은 묘하게도 웃음을 머금은 듯한 인상이었다.

녹록지 않은 길 위의 삶에서 고양이의 평균수명은 기껏 3년을 넘기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자연사의 혜택(?)을 누리는 고양이는 없다는 것일 텐데, 차에 치여 죽은 것은 고양이의 수많은 종류의 죽음 중에서 어쩌다 인간의 눈에 띄게 된 한 단면일 뿐이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쓰레기 더미를 뒤져서 부패한 음식이라도 먹어야 하고, 먼저 영역을 잡고 살아가는 다른 고양이들과의 싸움, 그 가운데서도 식지 않는 종족 번식에 대한 본능, 벗겨진 피부와 잘려나간 다리나 꼬리를 끌고 다니는 수고스러움, 몰지각한 사람들의 이유 없는 학대까지 생각하면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한 죽음에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안도감을 느낀 내 감정에 나는 스스로 타당성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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