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르카의 ‘엔사이마다’
아이들 방학을 틈타 방문한 “팔마 데 마요르카(Palma de Mallorca)”
큼직한 팔각형의 피자박스를 들고 다니는 많은 현지인과 관광객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마요르카에 방문하면 꼭 먹어봐야 하는 특산품, “엔사이마다(Ensaïmada)”빵이다. 납작한 달팽이 모양으로 손바닥만 한 크기에서 피자만 한 크기, 필링이 들어있지 않은 기본에서 크림이나 햄이 잔뜩 든 맛까지 다양함으로 많은 이를 유혹하는 이 빵.
평범한 모양새에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다.
> 엔사이마다 이야기를 하려면 스페인의 역사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
중세 가톨릭이 유럽을 쥐고 있던 9세기경 이베리아 반도는 이슬람교 세력에 의해 정복된다. 그 이후 15세기에 마지막 남은 이슬람 왕국 “그라나다”가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과 페르난도 왕에게 재정복 되기 전까지 이베리아 반도는 이슬람교의 영향 아래 번성하게 된다. 또한 같은 기간 중세의 유럽에서 발판을 잃은 유대인들은 유대교가 박해받지 않는 이슬람 영향권인 이베리안 반도로 몰려들어 정치 경제 곳곳에 스며들어 많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영화를 누리게 되고, 특히 이렇게 스페인에서 발판을 마련한 유대인을 “세파르디 유대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1492년 그라나다를 정복 후 공을 세운 기사들에게 나눠줄 땅과 재정이 부족했던 이사벨라 여왕은 부유했던 유대인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4개월 내로 스페인을 떠나야 하는 강제 추방이나 가톨릭으로의 강제 개종 중 택할 것을 명령한 “알함브라 칙령”을 내림으로써 많은 유대인들이 많은 재산을 남기고 떠나거나 아니면 강제개종해서 스페인에 남게 된다.
> “엔사이마다”라는 빵 하나에 세 가지 종교의 모든 역사가 들어있다.
먼저 엔사이마다라는 이름의 Saim은 마요르카어와 아랍어로 돼지기름인 “라드(Lard)“라는 뜻이다. 그 모양이 아랍인과 유대인이 만들어 먹었던 장미라는 뜻의 “불레마(Bulema)”라는 빵과 비슷하지만, 불레마에는 라드 대신에 양의 우유를 사용했다고 한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알함브라 칙령에 의해 스페인에서 쫓겨나지 않으려고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슬람 아랍인들과 세파르디 유대인들이 불레마의 들어가던 양의 우유와 버터 대신에 자신들의 개종을 증명이나 하듯 이슬람교와 유대교에서는 먹는 것이 금기되었던 돼지기름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엔사이마다가 태어났다고 한다.
아랍인에 의해 시작해서 유대인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역사의 혼돈을 몸으로 부딪히며 다시 발전한 엔사이마다. 이슬람교, 유대교 그리고 가톨릭 세 종교의 흔적을 몸에 담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