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martphone-free childhood
몇 해 전, 아이와 좌석이 꽉 찬 지하철에 앉아 있었다.
딸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말한다.
‘엄마, 이상하게 다들 전화기 내려다보고 있네?’
내 아이의 눈을 통해 다시금 확인한 어른들에게서 일어나고 있었던 현상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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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중학교에 올라갈 아이가 전화번호를
갖고 싶어 한다.
친구들은 대부분 핸드폰을 쓰고 있는데,
졸업 후 자기도 친구들과 연락하고 싶다고.
스마트폰도 아니고 전화번호를 갖고 싶어 한
아이한테 무조건 안된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안책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보는
중이었다.
그중 찾은 것이 ‘더 라이트 폰’.
통화, 문자 이외 몇 가지 기능만 있는
소위 ‘바보폰 dumb phone’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영국 아이들의 주요 소통수단이
‘왓츠앱 Whatsapp’이라는 것이었다.
‘근데 그건 집단 따돌림등의 우려로 인해
16세 이상 사용하라는 권고사항이 있는데..’
나 혼자 정론을 생각해 봤자 대세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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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학부모가 웹사이트 하나를 공유했다.
https://smartphonefreechildhood.co.uk/
몇몇의 영국 부모들이 합심해서 캠페인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A SMARTPHONE-FREE CHILDHOOD)
예전 담배와 술 회사들이 그 유해성이 증명되지 않은 채 청소년을 상대로 마케팅을 벌였던 것처럼 우리 주변에 15년 남짓 존재한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영국 12살 이상 아이들의 97%가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다. 아이들이 유해사이트 접근이 가능해졌고, 소셜 미디어의 접근성이 용이해져서 집중력 장애, 불안, 우울증 같은 문제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의 제정은 언제나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 더 늦기 전에 부모가 나서서 우리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지키기 시작해야 한다.
> 아래의 강연내용을 보면 좀 더 뒷받침만 할
자료들이 있다.
#EIE23: Jonathan Haidt: Smartphones vs. Smart Kids
특히 여자아이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완벽한 외모와 삶들은 아직 다부져지지 않은 그녀들의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나조차도 소셜 미디어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 삶은 왜 이럴까? 왜 난 저렇게 살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방심한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지 않나?
이렇듯 아이들의 마음에 불안과 우울이
잠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사회에 나가 세상을 경험하고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전에 어른도 극복하기
어려운 그런 감정이 먼저 잠입하여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울린다면
그건 대략 어른들의 잘못이 아닐까?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혼자 하는 모험과 성취를 반복함으로써 모험 전에 오는 당연한 불안감을 극복하는 훈련을 한다고 한다.
그것이 반복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더 큰 도전과제들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형성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아이들은 예전처럼 혼자 나가서 친구들과
뛰어놀지 않는다. 학원 가기 바쁘고, 그나마
게임과 태블릿을 보면서 시간을 할애한다.
나가 놀더라도 부모들의 감시하에, 규칙 안에서 움직인다.
우리가 누렸던 그 자유로움을 왜 우리 아이들은 누리지 못할까?
아이들에게 단계적인 배움의 기회를 주지 않고, 소설 미디어라는 큰 불안 요소를 던져주고
있지는 않을까?
스마트폰은 적어도 14세 이상. 소셜 미디어는 18세 이상이 정상이라는 분위기 조성.
아이들이 긴급상황 시, 주변 가게에 전화기 사용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와 동참.
프랑스에서는 벌써 몇 년 전부터 학교에서의
핸드폰 사용을 금했다. 네덜란드도 얼마 전
학교에서 모든 모바일 장비의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기 같은 현상도 일어난다는 추후 기사를 읽었다.
강요는 반항을 일으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집에서 부모의 역할인 것 같다.
6시 이후부터는 부모들도 전화기를 꺼놓고
아이들과 저녁식사와 대화에 집중하는 등
스마트폰 말고도 인생에 중요한 것이
많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것.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의 유해성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
그것이 어떤 것보다 가장 큰 대안이지 않을까.
그런 맥락에서
난 ‘A smartphone-free childhood’ 캠페인이
부모들의 자발적인 의지에서 일어났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캠페인은 유럽각지에 퍼지고 있다.
영국 내 캠페인 만해도 벌써 여러 미디어
채널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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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모님들이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못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었을 부모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
백번 이해가 간다.
‘다른 아이들은 다 가지고 있는데..’
그렇게 시작되는 또래압력 Peer Pressure.
이런 또래압력을 역방향으로 전환할 수만 있다면.
‘아무도 안 가지고 있는데..’
우리 부모들이 시작한다면
새로운 또래압력의 패러다임을 만드는데
늦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으면 현상에 끌려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