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평] 붕괴 - 애덤 투즈

압도적 책 두께만큼이나 압도적 지식이 담겨있는 책이다. 애덤 투즈의 말처럼 금융위기와 이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지정학적 대응은 오늘날 변화하고 있는 세계의 진면목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압도적인 두께의 책 '붕괴'

애덤 투즈는 이 책의 도전 과제를 두 가지로 소개한다. 

첫 번째는 2008년에서 2012년까지의 전 세계의 금융위기가 이어져있고 미국, 유로존 각각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각국이 혼란한 상황에 대응했던 각각의 방식을 밝히는 것이다.

첫 번째 도전과제가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책을 읽다 보니 독자들을 '국가' 기준의 사고방식에서 탈피시키는 것이라고 나만의 해석을 해보았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경제 상황을 국가 단위로 생각한다. 국가의 GDP, 실업률, 무역수지 등으로 세계 교역의 흐름을 생각한다. 그러나 애덤 투즈는 거대 기업들의 '서로 맞물리는 구조'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 교역의 흐름을 이끄는 것은 각 국가 경제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여러 다국적기업이 협력해서 만들어내는 훨씬 더 광범위한 '가치사슬'이다. 각국의 통화 거래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은행 간 서루 맞물리는 구조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20세기 섬 모형을 보면 경제의 기본 구성단위는 각국의 경제이며, 서로 교역하며 무역수지 적자나 흑자가 발생하고 실업률, 물가 상승률, GDP 등이 중요했다. 그러나 '서로 맞물리는 구조'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거시금융 경제학은 모두 다 바꿔버렸다. 민간의 신용창조 시의 절대다수는 견고하게 엮인 일부 거대 기업이 만들어낸다. 전 세계적으로 보자면 20~30여 개의 은행이 여기에 해당한다. 각 국가의 주요 은행들까지 포함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대략 100여 개에 이를 것이다.

실제로 2008년 경제 위기 당시 미연준은 미국의 중앙은행 기구임에도, 유럽 대형 은행에도 유동성을 지급했으며 이는 효과적이었다. 미연준이 배포한 지원금 중 최소 절반 이상은 유럽 대형 은행을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소수의 사업체나 기업이 지배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며, 이러한 기업들은 어느 '한 국가'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금융회사인 '신한금융지주'를 생각해 보면 1대 주주는 국민연금이지만 비중이 그리 높지는 않다. 2대 주주는 블랙록으로 미국 금융회사다. 그리고 실제로는 일본의 주주들이 모여 이사회의 최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신한금융지주는 우리나라 기업인가? 미국 기업인가? 일본 기업인가? 이제 그 의미가 무색해진 것이다. 

또한 닉슨 대통령 때 금본위제를 폐지시키면서 이제 달러는 어딘가에 속박되지 않고 달러 자체로의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이로 인해 전례 없는 물가 상승률이 벌어지기도 했고 이런 무질서를 막기 위해 '규율의 논리'가 나타났다. 1980년 중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 등이다. 그리고 금본위제의 폐지는 달러의 힘을 더 키웠다. 금본위제 아래에서는 달러를 마음껏 발행할 수 없었으나 이제는 그것이 가능해졌다. 금이 가치의 기준이던 것에서 달라가 가치의 기준이 된 현대 은행 시스템은 달러를 바탕으로 전 세계가 공통으로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라는 한 국가에 의해 전례가 없는 초국적 행위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1970년대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금본위제를 폐지했다

2008년 경제 위기와 2010년 유로존 위기까지 각국의 대응 방식은 달랐다. 미국은 '월스트리트부터 살리자'라는 일관적 정책으로 금융 시스템을 지킬 수 있었고 빠르게 극복해냈다. 그러나 유럽은 집단적 행동 부재, 지도부의 빠른 대응 실패로 경제 위기를 시원하게 극복하지 못하였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미국 주가를 보면 2008년 금융 위기는 일단락된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위기는 다른 형태로 변이되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애덤 투즈가 말하는 변이된 위기는 정치적, 지정학적 위기이다. '월스트리트부터 살리자'라는 정책은 복지가 축소된 수많은 국민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살림살이 어려워진 국민들은 분노했고, 정치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형태로 돌변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도 볼 수 있던 행태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여야를 막론하고 포퓰리즘에 가까운 정책들을 주장하며 선거에 나서고 있다.

지난 대선주자 공약을 보면 여야 막론하고 포퓰리즘 정책에 가깝다

아직은 책을 덜 읽었다. 두꺼운 분량 때문에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이 들다가도 막상 읽으면 내용이 재미있어 쭉쭉 읽게 된다. 지금까지 읽은 내용 중 나의 삶에 적용할 점을 정리해 보았다.

[나의 삶에 적용할 점]

1. 거대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현대는 어느 국가보다 한 기업의 힘이 강할지도 모른다. 애플의 시총이 코스피 시총보다 높지 않던가? 내가 항상 투자하고 싶은 기업은 '구글'이다. (이유를 3가지만 밝히면 안드로이드, 유튜브, 인공지능) 이 책을 읽으면서 더 확신이 들었고, 추가로 JP모건이나 블랙록과 같은 미국 최대 금융회사도 고려해야겠다. 

2. 달러에 투자해야겠다. 코스피가 조금씩 상승하면서 환율이 찔끔찔끔 내려오고 있다. 하반기 쯤에는 달러ETF 등의 달러 투자로 11월 미대선 이후의 리스크에 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