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를 붙여요
어제였나 봐요. 문득 텅 빈 감정을 느낀 게 말이에요.
새벽까지 추위가 이어지다 아침이 되었는데 해는 뜨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마침내 내렸죠. 비가 말이에요.
그렇다고 슬프다거나 우울하거나 그런 감정은 아니었어요.
그냥 뭔가 빠져나가고 껍데기만 붙들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처음인가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나 생각해 봤어요.
참 쓸모없는 고민인 건 아는데 자꾸 기억을 더듬어요.
떠오르지 않아 결국 기억엔 없는 걸로 결론 지었어요.
그게 감정인지, 감각인지, 생각인지 알 수 없어서 불안했어요.
어떤 흔적도 없었거든요. 잠시 들어왔다 사라지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럼 마음이라도 편해질지 모르니까요. 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요. 그러면 되니까요.
이 감정이 그런 것이라 믿으려 했어요.
알 수 없는 것에 지기 싫었었는지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기로….
그런데 알죠? 그게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에요.
자꾸 옆에 앉아서 어깨를 톡톡 두드려요. 무시하지 말라고. 그러지 말라고.
왜 네가 너를 무시하고 있냐며 말을 걸어요.
아직 울진 않았어요. 그러면 더 슬퍼질 것 같아서요.
그러고 싶진 않았어요. 정말 그러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음악을 켰어요.
그 속삭임을 그리고 빗소리를 숨기려고요.
그럼 좀 나아질 거라 생각했어요.
몰랐어요.
요즘 듣고 있는 노래가 이별 후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요.
흘러나오는 음악도 자꾸 나를 불러요.
참을 수 없어서. 울어 버렸네요.
음악이, 텅 빈 감정이 어깨를 감싸며 말해주네요.
괜찮다고, 다 지나간다고.
빗소리도 어느새 창문으로 들어와 어깨를 토닥여주네요.
괜찮다고. 말을 해줘요. 자꾸….
괜찮아지겠죠. 그냥 그럴 거라고 생각할래요.
2021.12.17. 비가 온 다음 날. 마음도 몸도 추워진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