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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o life Nov 12. 2020

#19

엽서를 붙여요


왜 그런 날 있잖아요. 

 아무 일도 아닌데 화부터 나고, 이유 모를 화가 잔뜩 모였는데 어디로 터져 나갈 수 없어 더 짜증이 나는 그런 날 말이에요. 그런 날이었나 봐요. 


 오전 근무시간. 책상에서 들리는 볼펜 딸깍 소리, 동료의 괜한 트집, 점심시간에는 눌린 밥 알갱이가, 잘 잡히지 않는 젓가락이, 그 후 퇴근 시간까지 하는 일에 진전이 없고 거기다 옆자리 동료는 무슨 말이 그리 많을까요. 온갖 이유의 짜증만 차곡차곡 쌓이는 날이었어요.


온갖 불평불만 가득한 화장실의 거울 속 표정이 말을 걸어올 것 같아 차가운 물에 세수했어요. 

그 표정은 조금 뒤로 물러났지만, 이상한 슬픔이 밀려왔어요. 허기도 같이….


회사 정문을 나서며 무엇을 먹을지 떠올리기 시작했죠. 

매운 걸 먹을까? 달콤한 걸 먹을까? 아니면 그냥 배만 가득 채울까 그런 상상을 하며 걸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하늘을 보곤 멈춰 섰어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하염없이 바라봤어요. 

점점 구름은 햇살을 가로지르며 서로에게 손을 뻗었고 햇살은 구름의 흐름에 맞춰서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살짝 녹아버린 티라미수처럼 마음은 뭉글뭉글해졌어요. 이 마음은 뭐였을까요? 

그 광경이 사라질 때까지 멈춰있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그날은 그랬어요. 그래서 아직 버티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직 마음이 굳지 않아서 버티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2020.11.12 햇살 가득 한 날.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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