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차에 기름이 떨어졌는지 계기판에 주유기 모양의 경고등이 빨간색으로 점등됐다. 굳이 넣지 않아도 몇십 킬로미터는 운행이 가능할 것이다. 무시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경고등은 여전히 명료하게 그곳에 있었다.
‘칫…’
좀 더 버터 볼까 하다가 ’나 혼자면 충분하지 너까지 그럴 필요는 없겠지…’란 생각에 맘을 바꿨다.
오전부터 시내에서 가다, 멈췄다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밤까지. 피로가 온몸을 쑤셔댔다. 눈도 따가웠다. 거기에 점등된 경고등이 신경을 자꾸 긁었다. 멀리 주유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점멸등과 같은 색으로 길 위에 떠있었다.
주유구를 열고 주유기를 꽂았다. 꿀럭꿀럭 하더니 이내 주유기의 계기판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다. 아침은 습관으로 건너뛰고, 점심은 시간이 없어 건너뛰고, 저녁은 아직이고, 일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상사의 전화는 알람처럼 딱딱 맞춰 울렸었다.
“이게 뭐냐…! 하루 종일 이리저리 굴러다니기만 하고…”
톡! 톡! 바퀴를 찼다. 배고픔이 갑자기 밀려왔다.
“좋겠다. 배불러서.”
이상한 짜증이 밀려왔다. 좀 더 세게 바퀴를 찼다. 주유기가 덜컥하고 흔들렸다. 계기판의 금액이 59,999원에서 60,000원으로 천천히 넘어가더니 멈췄다. 안내멘트가 명료하게 흘러나왔다.
운전석에 앉았다. 집으로 갈지, 회사로 갈지 고민했다.
주유소는 조용했다.
붉은 간판은 여기가 주유소임을 알리고 있었다.
도로에 지나가는 차는 없었다.
계기판엔 아직 주유기 모양을 한 경고등이 켜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