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mo life Jan 25. 2023

어느 날 갑자기...

일상에서...

 겨울이 되면 걱정거리가 생긴다. 삶을 많은 부분을 집이라는 곳에서 보낸다. 집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의 안정감이란 어디와 비교하더라도 좋지 않을 수 없다. 몸에 들러붙은 지친 하루가 조금씩 떨어져 나간다. 샤워하고 난 후의 개운하고 산뜻한 기운으로 티브이를 보거나, 잠자리에 들거나, 책을 읽으면 그것보다 좋은 휴식이 없다.


 그런데 그런 집에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 모든 것이 돌변한다. 구석구석 모든 것이 날카롭고, 예리하게 변한다. 성에가 끼기 시작한 지는 꽤 되었지만 드러나지 않다가 갑자기 올라오는 순간이라든가, 천장에 물 자국이 보이기 시작한다거나 아래층에서 물이 샌다며 문을 두드리거나, 배수구에 물이 역류해 바닥으로 넘칠 때 말이다. 그 상황을 마주하는 순간 모든 감정이 생각이 무너진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건지, 모든 원망을 끌어오고, 그전엔 그렇게 편안하던 나를 반겨주던, 감싸주던 집이 나에게 무기를 들이댄 것처럼 느껴진다.


 당면한 문제는 어느 것은 내일 바로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거나 어느 것은 며칠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 그동안 가슴 졸이며 불안으로. 마음 졸이며 밤사이 또 일이 커지지 않았을까 걱정하게 되고 가라앉았던 마음이 다시 요동친다. 하루가 지나 문제가 해결되면 다짐을 하나 한다. 미리 준비해서 이런 일이 없게 해야지. 살펴야지 한다. 그런데 그 마음이 얼마나 갈까? 지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들어오는 순간 다시 찾은 평안은 모든 것을 벗어던지게 한다. 그렇게 집은 평온해진다. 


 무슨 일이든 그렇더라. 평온한 일과가 진행되는 동안 지겨운 하루하루, 그런데 사건이 터지면 정신없어지는 하루, 그렇게 고비를 넘기고 나면 다시 일상의 반복이 이루어지는 하루. 그렇게 반복된다. 그게 살아가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큰일은 늘 있는 것이고, 그것은 늘 해결되거나, 개선되거나, 사라진다.


 그러니 지금 발견된 우리 집의 문제는 그렇게 사라질 것이고, 내 기억에서 잊힐 것이다. 일단 역류는 내일 해결해야 할 것이고, 누수는 얼른 연락을 해봐야겠다. 윗집에 말해둔 누수는 해결된 것일까? 물은 더 이상 떨어지진 않는 거 같은데…. 이것도 무사히 지나가겠지. 그렇겠지.

작가의 이전글 장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