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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o life Jan 27. 2023

날이 추웠다...

일상에서...

 어제는 집 수도가 얼었다. 화장실은 조용했고, 연신 수도꼭지를 올렸다 내렸다 분주했다. 그리고 인정했다. 정말 얼어버렸다는 걸. 명절 연휴 기간은 긴장을 풀어놓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안일했을 수도. 오전 내도록 물은 사용할 수 없었다. 낮 동안 물이 잘 녹아주기만 바라는 맘뿐.


 뉴스에서 연일 엄청난 추위가 내려올 것이라고 경고의 방송을 한다. 날씨 기상캐스터는 옷을 두껍게 입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춥다 소리 연발이다. 멍하니 바라본 뉴스 속 풍경은 마치 다른 세상인 듯했다. 사실이 그랬다. 한파라고는 끽해야 영하 5~6도가 최고인 이곳 부산에서 영하 17도는 왠지 먼 세상 이야기 같았으니까. 그렇게 떠들어대는 강추위가 올 거라는 예보를 보고도 심지어 날씨 앱의 영하 15도를 확인하고도 안일하게 생각했다.


 몇 년 전, 이 집을 잘 알지 못할 때, 두 번이나 물이 얼었다. 그나마 그때는 이런 한파는 아니었으니까 금세 녹아서 물을 썼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그전엔 물이 얼어 나오지 않는 일을 겪어보지 못해서다. 낯선 경험이기에 오래 기억되었을지도. 아무튼 그때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혹시 파이프가 터지는 것은 아닌지 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건 아닌지, 공사를 해야 하는 건지 걱정이란 걱정은 모두 끌어모아서 수도를 바라봤다. 뭐 그렇게 한다고 해서 쉬이 녹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금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오전을 보내고, 혹시 하는 마음에 드라이어를 켜보지만, 얼마 하지도 않고선 꺼버린다. 녹을 때가 되면 녹겠지 하고, 말이다. 슬쩍 다시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낮 동안에도 영하의 기온이 기다린다. 여태까지 안정되어 있던 마음이 슬슬 불안으로 변한다. 어? 진짜 안 녹으면 어떻게 하지? 걱정이 흐르기 시작했다. 오후 1시까지도 물은 나오지 않는다. 오후 2시까지도, 걱정되는 마음이 점점 커진다. 뭘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회피하려고 나갈 준비를 했다. 내가 나가 있어도 수도는 녹아서 흐를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짐을 챙기고, 옷도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현관문만 열고 나가면 된다. 그때였다. 화장실에서 피식! 소리가 나더니 졸졸 소리가 난다. 그러고는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드디어! 화장실 수도에서 나오는 물이 이렇게 반갑기는 또 오랜만이다. 


 못 내렸던 변기의 물을 내리고 세수 한 번에 양치까지 하고 나서는 아침에 밀린 설거지까지 하고 난 뒤에야 불안한 마음을 살며시 내려놓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안 나오면 어떻게 하지 하는 고민은 어디에 있었는지 찾을 수도 없다. 한껏 안심한 마음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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