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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o life Jan 27. 2023

미루기를 좋아합니다...

일상에서...

 빨래 돌려야지. 이런 결심은 어제도 했고, 그제도 했다. 수건 통에서 줄어가는 수건의 숫자와 언제 빨래를 돌릴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오늘 돌리면 여유 있게 말리고, 사용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사실 오늘이 아니라 어제다. 그 생각을 하고도 하루를 미뤘다. 당연하게 말이다. 결국은 해야 할 일인데 끝까지 미뤄본다.

 

 빨래를 하는 건 내가 아니다. 그게 사실이다. 그냥 세탁기에 던져주고 세제를 넣어 주면 알아서 한다. 세제도 알아서 하는 세탁기도 있으니 빨래를 하는 게 편하지 않은가. 그리고 완료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내주면 건조기에 넣어서 말리거나 건조대에 널어서 말리면 된다. 그것도 기계가 말려주고, 지나가는 바람이 말려주고, 낮 동안 떠 있는 햇살이 말려준다. 이것까지 끝나면 일단 빨래는 끝이 난다.


 여기서 내가 하는 일은 ‘빨래를 세탁기에 넣는다.’, ‘빨래를 넌다’에서 끝. 그런데 그것마저 머릿속에서 시간을 따진다. 내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조금 더 있다가 해도 되지 않을까를 말이다.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한다. 일에도 순서가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 하고 나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 일도 있고, 꽤 긴 시간 붙잡고 있어야 하는 일도 있지만 시작하지 않는다. 일의 시작이 아니라 중간쯤에 무턱대고 들어가 시작한다. 그러니 또 미루고 싶어 진다. 기한이 언제 까지더라…. 생각한다. 그걸 생각하는 동안 출발하면 될 문제인데도 말이다. 마감 효과는 말은 누가 했는지 참 잘 들어맞는다.


 오늘 수건을 모아 세탁기에 넣었다. 작동 버튼을 누르고는 뒤돌아섰다. 나머진 세탁기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나중에 알람 소리만 놓치지 않으면 되니까. 내 할 일을 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왜 어제 하지 않았을까? 무슨 핑계를 나에게 던졌었을까? 까마득히 먼 시간이 흐른 듯한데 겨우 24시간이다. 긴 건가? 마침 소리가 나면 건조대에 널어야지. 괜스레 묵힌 일을 해냈다는 기분 좋은 느낌이 든다. 오늘도 임무 클리어. 오늘은 내일로 미루지 않은 나를 칭찬한다.


 아! 마르고 나면 개켜야 하는구나. 그건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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