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빨래 돌려야지. 이런 결심은 어제도 했고, 그제도 했다. 수건 통에서 줄어가는 수건의 숫자와 언제 빨래를 돌릴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오늘 돌리면 여유 있게 말리고, 사용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사실 오늘이 아니라 어제다. 그 생각을 하고도 하루를 미뤘다. 당연하게 말이다. 결국은 해야 할 일인데 끝까지 미뤄본다.
빨래를 하는 건 내가 아니다. 그게 사실이다. 그냥 세탁기에 던져주고 세제를 넣어 주면 알아서 한다. 세제도 알아서 하는 세탁기도 있으니 빨래를 하는 게 편하지 않은가. 그리고 완료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내주면 건조기에 넣어서 말리거나 건조대에 널어서 말리면 된다. 그것도 기계가 말려주고, 지나가는 바람이 말려주고, 낮 동안 떠 있는 햇살이 말려준다. 이것까지 끝나면 일단 빨래는 끝이 난다.
여기서 내가 하는 일은 ‘빨래를 세탁기에 넣는다.’, ‘빨래를 넌다’에서 끝. 그런데 그것마저 머릿속에서 시간을 따진다. 내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조금 더 있다가 해도 되지 않을까를 말이다.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한다. 일에도 순서가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 하고 나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 일도 있고, 꽤 긴 시간 붙잡고 있어야 하는 일도 있지만 시작하지 않는다. 일의 시작이 아니라 중간쯤에 무턱대고 들어가 시작한다. 그러니 또 미루고 싶어 진다. 기한이 언제 까지더라…. 생각한다. 그걸 생각하는 동안 출발하면 될 문제인데도 말이다. 마감 효과는 말은 누가 했는지 참 잘 들어맞는다.
오늘 수건을 모아 세탁기에 넣었다. 작동 버튼을 누르고는 뒤돌아섰다. 나머진 세탁기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나중에 알람 소리만 놓치지 않으면 되니까. 내 할 일을 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왜 어제 하지 않았을까? 무슨 핑계를 나에게 던졌었을까? 까마득히 먼 시간이 흐른 듯한데 겨우 24시간이다. 긴 건가? 마침 소리가 나면 건조대에 널어야지. 괜스레 묵힌 일을 해냈다는 기분 좋은 느낌이 든다. 오늘도 임무 클리어. 오늘은 내일로 미루지 않은 나를 칭찬한다.
아! 마르고 나면 개켜야 하는구나. 그건 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