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사건을 한번 겪게 되고 난 후엔 심리적인 불안감에 시달린다.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란 듯이 마음은 그런 상태가 된다. 해결되었다. 그걸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 사건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지 걱정이다. 한 번 일어났으니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은 없으니까. 그걸 미리 걱정하는 것이다. 수리가 끝나고 하루가 지나도 말이다.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물이 역류했었다. 주변엔 물이 가득한 장면이 펼쳐졌고, 눈에 들어온 풍경은 멘붕을 가져왔다. 도대체 이런 일은 왜 일어난단 말이지. 그것도 나에게. 한 번은 겪었던 일이고, 다시 일어난 일인데 그 기간이 꽤 길었던 탓에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게 전부 환불되었다. 그래서였을까. 걱정이란 걱정은 모두 밀려왔고 두려움으로 변해갔다. 그 와중에 다행인 건 배관설비 업체가 그 순간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자리를 잡고 작업을 시작하셨다. 하지만 넘쳐나는 물은 통제가 되지 않았고, 집안으로 흘렀다. 그 순간 할 수 있는 일은 같은 라인의 위아래층으로 달려가 물을 사용하지 말라고 문 두드려 말씀드리는 거였다. 하지만 윗집엔 사람이 없고, 아랫집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결정이 되는 순간 걱정은 두려움이 되었고, 그 순간 나는 나를 통제할 수 없었다. 맥없이 내려오는데 업체는 작업이 끝났는지 공구를 챙기고 있다. 어안이 벙벙한 내가 기억하는 건 물이 넘쳐 집안으로 흐르는 장면이었는데…. 공구 정리를 끝낸 사장님의 말씀
“뚫었습니다. 별 이상은 없을 겁니다. 뭐가 걸리는 느낌이 났는데 일단 처리가 되었고요. 아래층에서 확인할 게 있는데 갈까요?”
이층 문을 두드렸지만, 여전히 아무 소리가 없다. 결국 확인은 하지 못하고 사장님은 그대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뭔가 모를 일로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다. 아직 내 정신이 자리를 못 잡아서인지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5년 전쯤 겨울이었다. 그때도 같은 상황이었었다. 그땐 그나마 물이 많이 넘치지 않았고, 지금의 사장님이 그때도 작업을 했다. 작업 끝내고는 별 한 일도 없이 막힌 부분을 고쳐져서인지 난색을 보였다. 한 일 없이 돈을 받아도 될까 하는 표정이었다. 너무 이상하게 끝나서 본인에게도 이상한 상황이었을지도. 그때도 시간을 내어주고, 작업을 하고 해결되었다는 말을 전할 때 비용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1년에 한 번씩 청소해 주는 것이 좋다는 조언과 뜨거운 물을 자주 내려보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때의 기억이 좋게 남았고, 믿어도 될 사람이라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일도 이렇게 처리되니 그 믿음은 틀리지 않았나 보다.
하루가 지나고 배수구의 사건은 해결되었고, 그곳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한 표정처럼 무심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건 내 마음뿐이었다.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 물이 넘쳐 있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시나브로 올라온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두려움이 앞선다. 만약 다시 물이 차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하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현관문을 열고, 배수구로 곧장 향했다. 배수구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 젖어 있던 몇몇 부분도 다 말라서 뻣뻣했다.
그래 5년 전에도 지금도 해결되었다고 하셨으니 잘 해결이 되었을 것이다. 분명히. 그러니 사장님의 일 처리를 믿자 잘 뚫린 것이고, 한동안 또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나를 다독여 본다. 또 무슨 버라이어티가 있을까 하는 걱정은 조금만 접어두자.
춥다. 오늘도 물을 틀어놓고 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