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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o life Jan 29. 2023

그 자리에 맞는 것...

일상에서...

 하나의 물건이 집안의 자리를 차지하는 건, 집 앞에 배송되면서부터고, 집 안으로 들어오면 이미 그 자리는 그 물건의 장소인 것처럼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존재를 드러낸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 공간에 맞는 가구들이 있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는데 조금 어색하다거나 불편함을 던지는 가구들, 혹은 가전제품이 있다. 그렇게 자리를 잡으면 다음 이사를 하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는 물건도 있고, 중간중간 마음의 변화로 이동시키는 게 전부다. 물론 의도치 않게 옮겨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역류 사건 때 옮겨놓은 테이블이 거실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정리해야지 하는 마음은 지나가며 볼 때마다 들었지만, 왠지 그 자리에 돌려놓기 싫었다. 원래 있던 자리에 다시 돌려놓자니 그 공간이 답답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겨우 넓혀 놓은 공간을 다시 꽉 채우는 게 괜찮은 걸까. 결국 다른 공간에 한 번 두어 보기로 결심했다.


 테이블을 둘 만한 공간을 머릿속에서 계속 그렸다. 그리고, 그리고, 그렸는데 잘 나오지 않는다. 적당한 공간이 없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다. 역시 원래 자리가 딱 맞는 거겠지. 혼자 중얼거렸지만, 이상한 오기가 생겼다. 옮겨보리라는 이상한 오기가.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결국 거실 한 모퉁이에 억지 자리를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적당하지 않은 공간을 차지한 테이블이 던지는 불편함, 어색함, 공간의 손실. 일단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살짝 미뤄두고 사용해 보기로 한다. 내가 느끼는 번거로움을 한번 참아보기로 했다. 한 달 동안만 익숙해지면 편안해지지 않을까? 만약 한 달 뒤에도 불편하다면 그땐 다시 옮겨봐야겠다.


 환경에 변화를 주는 건 내가 가진 불안을 살짝 가려보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무엇에 대한 불안일까? 나는 왜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놓지 않고 자리를 옮기고 싶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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