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날씨가 흐리면 우울해진다. 그냥 가라앉는다고 할까. 회색이 싫어서인지, 흐려지기 때문인지, 회색이라는 색이 주는 우울감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구름이 잔뜩 끼는 날씨는 힘들다. 이유 없다. 그냥 인식할 뿐이다. 가라앉았구나 할 뿐이다.
‘오늘은 많이 움직여야겠다.’ 혼자 중얼거린다. 없던 일도 만들어서 하고, 있던 일은 꼭 챙겨야지 하며 의지를 다진다. 미뤄뒀던 빨래를 돌리고, 허리에 도움이 된다는 요가 자세도 따라 한다. 효과가 있는지 허리에 통증이 조금 덜 느껴진다. 집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움직임을 만든다. 갑자기 생각난 창틀 청소를 한다. 해야 할 일을 더 만들기 귀찮아졌다. 마지막으로 외출을 결심했다. ‘나가자!’
나가야지. 결심하고도 꽤 시간이 흐른 뒤에나 현관을 나왔다. 나가는 길에 버릴 재활용품을 챙겼다. 나가는 길이니까. 길 위는 흐린 날씨였고, 차가운 기운의 바람이 이리저리 바빴다. 두꺼운 패딩은 믿음직했다. 비가 왔다면 분명 문밖을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흐리기만 하다면, 나갈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보다 나가는 게 상책임에는 분명하다. 이 상태를 벗어나야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결정은 괜찮았다.
걷는다. 걸으면서 주위를 살핀다. 무엇이 있는지를 살피며 눈에 담는다. 이유는 나에게 깊이 빠지지 않아야 하니까. 그래야 생각을 밖으로 밖으로 돌릴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어디까지 갈지 모르니까. 그건 곤란하다.
바깥은 차분히 내려앉아 있다. 주위로 지나가는 풍경은 고요하게 느껴졌다. 분주하게 달려가는 차들도, 뛰어가는 사람도 그랬다. 문득 어릴 때는 왜 이런 날이 좋았을까. 알 수 없는, 뭐라고 정확히 말할 수 없는 감정에 빠질 수 있어서일지도 모르고, 반항기에 몰입할 수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그 원인은 알 수가 없다. 모든 것이 어두워지면 괜찮아지겠지. 어둠이 삼켜줄 테니까.
나이가 더 쌓이면 비 오기 전의 흐린 날에도 즐겁게 있을 수 있겠지 생각해 본다. 살아가는 게 그렇다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만 해본다. 그래도 오늘은 좀 움직여야겠다. 비가 올 거라고 몸이 알려주고 있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