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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o life Feb 10. 2023

누구나 자신을 응원해 주는 물건이 있다...

일상에서...

 구름이 산 능선을 넘어가다 멈췄다. 넘어가려고 하는 데 힘에 부치는가 보다. 한참을 걸려 있더니 천천히 움직인다. 비가 오고 난 뒤의 도시의 하늘이 오늘을 즐기라고 한다. 이런 날이 어디 있냐며 말이다.


 어젯밤, 조금 서둘러 집에 도착했다. 외출 때 우산을 챙겨갔지만 그래도 비가 올 때 집에 오는 일은 나에게 힘든 일이고, 불안한 일이다. 비닐봉지라도 있다면 조금 더 안심하겠지만, 그래도 비를 맞지 않는 편이 더 좋다. 이유는 오른쪽 발에는 늘 깁스 신을 신고 있어서이다. 꽤 오래전 사고가 난 뒤부터 신발을 온전히 신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보냈다. 어느 정도 이골이 났다면 나 있지만 그래도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비 오는 날이 그렇다.


 늘 신발을 사면서 고민한다. 한쪽 발만 신을 것인데 온전한 가격을 주고 구매하는 게 아깝다는 생각. 늘 오른쪽 신은 새것인 상태로 버려진다. 신을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다 보니 왼쪽 신발만 있으면 되는데 왼쪽 신발만 구매할 방법이 없으니까 어떻게든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찾으려 한다.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런 생각도 했다. 한쪽 신발만 파는 가게를 열어볼까. 내가 신고 남은 신발을 팔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만 했다. 신을 신으면서 꽤 오랫동안 신으니 제품이 많이 쌓일 것 같지는 않고, 취향도 무난한 나의 선택이 다른 이의 선택에도 부합할까 하는 생각에 다다르자 그냥 저렴이로 하나 사는 게 좋겠다는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생각은 그렇게 생각만 하는 걸로. 


 날씨를 보고는 병원 갈 채비를 한다. 며칠 전 생긴 허리 통증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신경을 긁는다. 일단 비는 그쳤으니까. 사실 어제 갈걸 하는 후회도 조금은 있다. 게다가 어제 갔던 카페 옆 건물에 병원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어제 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어서…. 


 현관에 서서 신을 신는다. 오른쪽에는 깁스용 신을, 왼쪽에는 러닝화를 비가 온 후 아직 땅은 젖어 있을 터라 조금 신경 쓰이지만 어쩌겠는가 통증이 더 신경 쓰이는 것을. 신발을 잘 챙겨 신고는 길 위로 출발했다. 


 가끔 누군가 묻는다. 다른 신발은 못 신냐고, 불편하진 않으냐고, 그럼 괜찮다고 한다. 지금까지 옆에서 버텨주고 있고, 발의 상처도 잘 보호해주고 있으니까. 이만한 신발도 없으니까 말이다. 아쉬운 건 아쉬운 대로 받아들이기. 


 나에게 깁스 신발은 산 능선을 넘어가라고 몰래 도와주는 바람 같다고 해야 할까. 열심히 걸어 다니라고 응원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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