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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o life Feb 28. 2020

우우웅...

손바닥 소설

남자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우우웅~’ 거리는 진동 때문에. 남자는 주위를 신경 써서 훑었다. 그리고 다시 누웠다. 천장이 보였다.


 

시작은 두통을 심하게 앓고 난 다음 날부터였을 것이다.


 

우우웅~ 우우웅~

눈이 떠졌다. 남자는 짜증이 났다. 베개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힘들게 잠들었는데 시계를 보니 겨우 2시간 지났다. 눈이 뻑뻑했다. 더 자야 하는데 진동이 계속 느껴졌다. 주변을 살펴보았다. 핸드폰을 제외하고 진동이 울릴만한 무엇도 없었다. 하지만 진동소리는 계속해서 우우웅~ 거렸다. 5분 쯔음 느껴지고 멈췄다. 다시 누웠다. 우우웅~~~ 우우웅~~~ 다시 느껴졌다. 진동은 남자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다시 주위를 살펴보아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다시 누워 잠을 청했다. 하지만 그 진동은 7시까지 이어졌다. 결국 다시 잠들지 못한 채 출근했다.

다음 날. 어김없이 같은 시간 진동이 느껴졌다. 남자는 일어나 이불을 걷어보고, 자세를 낮추고 귀를 기울여 주변을 천천히 움직이며 샅샅이 훑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7시까지 진동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7시가 넘어가면 진동은 사라졌다.

남자는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었다. 점점 피로가 쌓였다.


“요새 얼굴이 왜 그래요? 다크서클이 점점 커져요. 곧 판다랑 구분이 안 되겠는데요. 무슨 일 있어요?”

남자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닌 거 같은데 말해봐요. 연애 문제인 거예요? 아니면 짝사랑?”

남자는 손사래를 쳤다. 

“그것도 아니면 뭐예요?”

남자는 핸드폰을 보이며 흔드는 시늉을 했다.

“집구석에 뭔가 있는 거 아니에요. 진동이 울릴만한 벽과 벽 사이에 있으며 진동이 크게 울린데요. 특히나 구석에 있으면 공명이 돼서 집이 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잘 찾아봤어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럴 리가 없는데... 이상하네요. 집이 이상한 건 아니에요? 아래층에 진동이 울리는 뭔가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아니면 윗집?”

남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다시 잘 찾아봐요. 괜한 진동소리가 날리 없잖아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을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에 고갤 돌렸다.

“저 가요. 수고해요. 잘 생각해봐요.”

남자는 손만 가볍게 흔들어 준 후 다시 일에 집중했다.

다음 날. 벌써 3일째. 어김없이 진동소리가 느껴졌다. 남자는 일어나 집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책상을 당겨 벽 쪽을 뒤적거렸고, 침대를 옮겨 아래를 살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7시 진동은 멈추었다. 화장실 거울 속 남자는 점점 피곤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봤다. 윗집인가?. 침대 아래로 고개를 돌렸다. 아랫집인가? 다시 천정을 바라봤다. 허기가 밀려왔다.


“찾았어요? 있죠? 그렇죠?”

남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럴 리가 없는데, 다 뒤져봤단 말이죠. 그럼 윗집인가? 아랫집?”

남자는 고갤 흔들었다.

“그것도 아니면 뭐지? 왜 그렇다고 생각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벌써 4일째잖아요. 아닌가?. 아무튼 왜 진동소리가 들리는 거래요? 이제 나도 궁금하네. 오늘 같이 잘까요? 나에게도 들리려나? 궁금하지 않아요? 혼자만 듣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들지 않아요? 그거 심각한 건데.”

남자는 손사래를 쳤다.

“잉? 쓰러질 거 같은데. 정말. 오늘 내가 도와줄게요. 같이 가요. 싫다고요? 왜? 내가 싫은 건가. 같이 자면 되죠. 그게 문제 될 건 없는데. 뭘 그렇게 쑥스러워해요? 참나. 싫다면 어쩔 수 없고요. 도와주겠다는데도 싫다는 건 또 뭐래?”

남자는 미안해했다.

“괜찮아요. 농담이에요. 오늘도 수고하고요. 내일 봐요.”

남자는 손을 흔들었다.
 

3시 반. 우우웅~ 우우웅~ 어김없이 알람 소리 같은 진동이 방안에 울렸다. 손에 쥔 핸드폰은 잠잠했다. 진동은 계속 이어졌다. 남자는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동은 고요한 세상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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