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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o life Aug 16. 2020

주말의 점심-라면 part 01.

관찰일기

느긋한 일요일. 점심시간은 서둘러 달려왔습니다. 무엇을 먹을지 생각합니다. 냉장고에 뭐가 있었더라, 부엌에는 무엇이 있었더라. 딱히 적당한 재료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김치만 꺼내 밥을 먹을까, 맨밥에다 참기름과 간장을 부어 비벼 먹을까, 야채를 잘게 썰어 야채 볶음밥을 해 먹을까. 생각이 이어지다 너무 복잡해졌습니다. 생각을 멈추려고 싱크대 문을 열었습니다. 구세주가 있습니다. 고민하지 않아도 최고의 맛을 주는 그것이 있습니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머리를 아프게 하던 고민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라면!! 라면입니다.


생각도 하지 못했던 구세주! 두 손으로 들어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제 목표는 라면을 삶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맛있게. 이 문제가 메인 문제입니다. 혼자 먹을 것이니 냄비는 조금 작은 것을 준비합니다. 포장지엔 ‘물 550mL 사용’이라고 명확하게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눈대중으로 면이 잠길 정도만 채웁니다. 얼마 안 가 뚜껑에 김이 가득하더니 물방울이 하나씩 맺히기 시작합니다. 냄비가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주위가 고요하면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부구 구구구!’. 한번 귀 기울여 보세요. 뜨거움이 액체를 힘차게 밀어 올리는 소리를. 봉지를 뜯어 면, 라면 수프, 건더기 수프를 일렬로 정렬합니다. 그 사이 물이 완전히 끓어오릅니다. 펼쳐놓은 재료를 정리한 순서의 반대로 냄비에 넣으려다 멈췄습니다.

레시피대로 하느냐, 창작의 고통으로 하느냐 의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일요일입니다. 좀 더 예의를 갖춰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후자로 결정했습니다. 레시피대로 따른다는 게 왠지 시키는 대로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맛을 위한 레시피라고 하지만 그게 최고의 맛이냐는 의구심도 한몫했습니다. 제일 큰 이유는 오늘이 일요일이기 때문입니다. 


찐, 묘미(妙味)의 시작입니다.



주말의 점심-라면part 02.

https://brunch.co.kr/@mamolab/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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