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나를 따라오는 발걸음이 있었다.
오늘도 똑같은 소리가 골목으로 연이어 울렸다. 이 소리를 처음으로 의식하게 된 것은 한 달 전 즈음이다. 아마 그전부터 이 소리는 있었을 것인데 알아채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 달 전. 회식을 하고 늦은 시간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는 동네가 외진 곳이라 인적도 적었지만 밤엔 더욱 그랬다. 올라온 술기운에 흐느적 걸음을 옮겼다. 발은 도무지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만 몸은 어떻게든 버티려고 다리를 끌어당겼다. 그러다 '쿵' 소리와 함께 어깨에 통증이 밀려왔다. “아이씨!!” 소리와 동시에 고갤 돌렸다. 전신주였다. 한 손을 올려 “미안합니다.”하고는 다시 걸음을 옮길 때였다. 다른 발소리가 들렸다. 어깨의 통증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낯선 소리 때문이었을까. 정신이 들었다. 모든 신경이 날카롭게 몸을 찔러댔다. 그러다, 이내 흐느적 걸었다. 그냥 발걸음이겠지 생각했으니까. 그게 처음이었다. 그 발걸음 소리를 들었던 건.
열심히 일을 했고 늦은 시간 퇴근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그냥 근처에 사는 사람이겠지 했다. 그게 4일, 5일 이어지고, 지금까지 쉬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같이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려 하면 소리도 멈췄다. 마치 나와 일심동체인 듯이 움직이고, 멈췄다. 겁이 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두려웠다. 지은 죄도 없는데, 열심히 일만 했는데, 평범한 직장인일 뿐인데 왜 이런 일이…. 점점 더 신경 쓰기 시작하자 머리가 아파졌고, 일상이 점점 힘들어져 갔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확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으로 가는 마지막 코너를 지나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발걸음 소리가 시작되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 소리도 따라왔다. 한 걸음, 한 걸음. 정말 순간적으로 몸을 돌렸다. 들어갈 만한 문도 없는 벽만 있는 골목길, 지름길로 이용하고 있는 이 골목길. 시야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발걸음 소리도 없었고, 형체는 더더욱 없었다. 몸을 돌려 집으로 냅다 뛰었다. 그리고 이사를 준비했다.
나는 이제 그곳에 없다. 집을 옮기고 난 뒤에는 나를 따라오던 발걸음 소리는 없어졌다. 마음도 편해졌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한 번씩 ‘그곳에서의 그 발걸음 소리의 정체는 뭐였을까?’ 생각한다. 지금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