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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무드 Apr 20. 2020

나는 어떤 의미로 남고싶은가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당신들에게 [마무드 에세이, 13]


열심히는 살지 못해도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열심히 살아야지만 의미 있는 삶은 아니니까. 그런데 차라리 열심히 사는 게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보다 쉬운 것 같다. 의미 있는 삶, 그게 참 어렵다.


 나는 지구력이 약하다. 무언가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하는 것에 매우 취약한 편이다. 한마디로 조금은 게으른 사람이랄까.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한번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참 열심히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꾸준히 한다. 그 마음을 먹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고 십중팔구는 마음을 먹지 않는다는 게 문제이지만 말이다.

 그런 내가 마음을 먹었다. 남들에게 보이는 것은 상관없지만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다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기 싫어졌다.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의미가 있는 삶을 살고, 또 그런 사람으로 남길 원하게 됐다. 그렇게 내 고민은 시작됐다. 어떤 의미로 남고 싶은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나는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우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몸도 마음도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3년째 우울증을 앓으면서 불안, 불면, 식이장애에 시달린 결과 나는 몸도 마음도 아주 엉망이었다. 약 부작용으로 살은 점점 쪘고 약이 바뀌었지만 살을 빼지 못하고 먹고 잠드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거기에 이제는 약도 먹기 귀찮아지고 약에 구속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약이 쳐다도 보기 싫어졌고 나는 약을 먹지 않으면 날카롭게 날을 세우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약을 복용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과거형으로 쓰고 있지만 사실은 현재 진행형인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이다. 그래서 나는 운동도 시작했고, 다이어트와 함께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아, 물론 약도 다시 잘 챙겨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은 방금도 약을 먹지 않은 게 생각이 나 잠시 글 쓰는 것을 멈추고 약을 먹고 왔다. 아침 약을 점심이 한참 지난 후에야 먹었다니, 아직 나아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요상한 반항심에 약을 먹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보다는 발전했으니, 앞으로의 가능성은 더욱 열려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내가 의미 있는 삶을, 의미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나의 건강이 최우선이었고 이를 위해 마음을 먹었으니 이제는 정말 어떤 의미로서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당신들에게 남을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저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불꽃보다는 풀꽃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여유롭고 친절함을 머금은, 그렇게 나 스스로에게도 당신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따뜻한 미소의 뜻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완연한 봄에 창을 열고 꽃잎과 바람이 하나 되어 흩날리는 호숫가를 드라이브할 때의 마음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서두를 필요 없이, 은은하게 퍼지는 그런 꽃내음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아직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못하고 따뜻보다는 차가움에 가까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은 그렇다. 엉망진창에 차갑게 날이 서있는 칼날이다. 하지만 한다면 하는 내가 마음을 먹었다. 그런 사람이 되기로. 나와 당신에게 따뜻한 바람과 꽃내음으로 위로를 건네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기로. 나는 분명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꼭 그렇게 해낼 것이다. 그렇게 나와 당신에게 나는 위로가 되고 싶다.


 나의 작지만 단호한 결심과 노력의 시작과 함께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떤 의미로 자신에게, 그리고 당신의 사랑하는 이들에게 남고 싶은지.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얘기하든지 나는 응원하고 싶다. 당신의 결심을, 당신이 다다르고 싶은 삶의 의미를. 그것이 무엇이든 나의 자리에서 고요하고 환한 빛으로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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