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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무드 Apr 20. 2020

항상은 아니지만 가끔 나쁜 편

이게 나인걸 [마무드 에세이, 11]

나쁜 마음이 불쑥 내 안에서 고개를 들 때가 있다. 잘 정돈된 마음에 혼자 삐죽 튀어나와 온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다.


 나는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갖는 편이다. 넓고 얕은 관계는 낯도 가리고 호불호가 확실한 나에게는 조금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좁고 깊은 만큼 몇 안 되는 사람들에게 더 잘하려고 하고 그 사람들만을 신경 쓰며 살아왔다. 어쩌면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더 나아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나라는 사람에 대해 설명해 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을 한다거나 친절하게 대할 만큼의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나를 싫어한다면 확실하게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내는 사람. 그게 나다. 그렇게 나에게 소중하지 않은 사람들이 나를 적으로 생각하면 기꺼이 적이 되어주는 것이 나의 방식이다.


 나도 알고 있다. 매일을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불꽃보다는 꽃같이 살아가기를 원하고 노력한다는 나, 아니 내 바람과는 다르게 아주 못됐다 나는.


 나 스스로 따사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던 만큼 내가 따사로움보다는 뜨거워서 데일 수 있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까지 꽤나 힘겨웠던 것 같다. 나의 이상향과 진짜 나 사이의 이질감에서 피어난 반항심이랄까. 그 반항심으로 내가 나를 많이 아프게 만들었다. 하지만 인정하면 편하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나를 그저 인정해버리고 나니 쓰리긴 했지만 더 이상 괴롭지는 않았다.


 다만 노력하고 싶어 졌다. 항상 나쁜 사람은 아닐 것. 그렇게 말이다. 이따금씩 내 마음이 동한다면 따뜻함과 친절함을 베풀 것. 별 의미를 가지지 않은 사람 때문에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나에게 의미를 가진 사람에게 화가 난 것처럼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잠시 입을 다물고 있을 것. 그게 내가 노력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여전히 나는 노력 중이다. 항상은 아니지만 가끔 나쁜 편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바람뿐이 아닌 따뜻한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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