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네 편이다
길을 걸었지 누군가 옆에 있다고 느꼈을 때 나는 알아 버렸네
왠일로 민수는 아침부터 노래를 흥얼거렸다.
흥얼거리는 노래 조차 즐거운 노래가 안 나온다
태생이 그렇다. 모든 일이 뭔가 우울하고 슬프다
민수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민정은 비아냥댄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런거지. 생각대로 된다잖아"
"그럼 내가 항상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는 말이야?
"그럼 아니야? 너는 예스맨은 아니야. 노 맨이지"
"예스맨이 좋은거야? 사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어야지"
"민수. 여기에서 예스맨은 힘 있는 사람앞에서 늘 굽신거린다는 뜻이 아니야. 알잖아?
오리혀 너는 힘 있는 사람 앞에서도 노라고 말할 수 있어.
문제는 노라고 말하지 않고 썩은 표정을 짓는다는 거지만"
이쯤 되면 싸우자는 거다.
슬슬 긁어대는 모양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거다.
민정은 결국 집주인과 변호사에게 무릎을 꿇었다.
합의금까지 뜯기던 날 오히려 민정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평온함을 되찾았지만
민수는 그 날부터 부글부글 화가 끓어오르는 날이 더 많았다.
도대체 세상이 어쩌자고 이 모양인가.
세입자를 위해서 만든 법은 모양뿐이다.
실제 이 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판사와 변호사이며
정작 이 법을 이용해서 싸워야 하는 사람들은
변호사비를 충당할 수 없다.
일단 사건을 의뢰하려면 5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래서 집안 식구 중에 판사나 변호사
그리고 검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릴 때부터 공부를 할 걸 그랬다
입에 개거품을 물고라도 밤을 새워 공부해서
법대를 가든 로스쿨을 가든 했어야 했다.
"말도 안돼. 민수. 너 공부 못했잖아.
법대는 아무나 가는거야? "
이게 무슨 어리둥절함인가?
민수는 민정의 편에서 흥분을 했는데
민정은 오히려 찬물을 끼얹고 싹을 잘라 버린다
아무래도 이건 뭔가 조짐이 좋지 않다
민정이 슬슬 뒷걸음질을 치는건가?
민수와 민정의 지난 10년이 이제 종지부를 찍으려는걸까
민수는 화가 나면서도 뭔가 찜찜했다.
"야! 너 도대체 왜 이러는거야?
불만이 있으면 말을 분명하게 해.
왜 사람을 돌려 깍고 난리야"
"돌려 깍아? 뭐야, 연필깍기야?"
"야!! 너 정말 왜 그래? 뭐야. "
헤어지기라도 하자는거냐는 말은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사귄지 3년째 되던 어느날 민수는 홧김에 헤어지자고 했고
민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빠이를 했다.
"나는 힘 센 사람이 되고 싶어.
나는 네가 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
나는 나를 도와줄 사람이 힘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내 주변에는 눈 닦고 찾아봐도
전부 나같애. 나보다 더 힘 센 사람이 없어.
나는 민수야 나는
힘 있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으면 좋겠어."
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