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당신(2)

나이에 맞는 사랑은 없다

by 리뷰몽땅

사랑은 나이에 맞게 찾아오는 건 아닌가 봅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힘없이 늘어지는 날입니다.


이런 날에는 차라리 이불 속으로 들어가

편안히 잠이라도 청하면 좋으련만


이 놈의 성격은 어찌된 노릇인지

그렇게 보내는 시간들이 아까워 늘 안달복달 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런다고 해서

별다르게 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리며

옛날 물건들을 찾는다거나


뽀얗게 쌓여있는 먼지들을 닦아 낸다거나

고작 그러는 것이 전부이면서도


나는 쉽게 잠을 청하지 못합니다.

젊어서부터의 습관이겠지요.


스물 몇 살 어느날

나는 사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전화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벨 소리가 울리면 부리나케 달려가 받고

밤중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행여나 그가 나를 찾아오지 않을까

가슴 졸이며 보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아쉽고

기다리면 설레이고 작은 일에도 토라지고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는

그런 귀여운 사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약이란 말이 맞듯이

시간이 내 인생의 교과서가 아닐까요.

미칠것처럼 좋았던 사랑도

미지근하게 갈피를 잡지 못하던 사랑도

시간이 흐르면 이제는 끝이 나겠구나 라는 느낌이 오고

어김없이 그렇게 이별은 찾아왔습니다

어릴때는 누군가와 헤어지면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했었던가 보다는

헤어진 그 날 슬픈 음악을 들으며

센치해지는 그 감정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팠습니다

그 사랑이 사랑었든 아니든

모든 이별은 찢어질 듯 가슴 시렸습니다


몇 번의 사랑을 거친 후에는

헤어지고 나서의 아픔도 조금은 수월하게 치료할 수 있었지요.


당신과도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집 안에서 모든 일과를 시작하고 끝냈던 내가

당신의 전화를 기다리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고

당신의 하루를 상상하게 되었지요.


어느 새 나는 마흔을 넘어선 다 큰 아들의 엄마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여자로 살아가고 있었던 거지요.


그 순간 내가 얼마나 행복해 하였는지

당신은 알고 있었나요.


당신의 말 한마디에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순간들을 알고 있었나요.


하지만 나는 잊고 있었지요.

젊은 시절 적지 않은 연애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랑은 모든 것을 너그러이 용서할 줄 아는 마음과

모든 것을 불안해하고 의심하는 마음을 함께 준다는 것을요.


내 마음만 진심으로 느껴지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미 사랑 뒤에 찾아오는 이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나는 당신을 만나는 그 순간순간이 기쁨이면서 두려움이었습니다.


비가 그친 세상은 참 맑아 보여 좋습니다.

부엌 베란다 창가에서는 늘 새소리가 정겹구요.

이 도심 한 복판에서 새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줍니다.


불현듯 여행길에 나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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