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늘 아프다
이별은 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어느새 조금씩 바람이 차가워 집니다.
무덥게 내려앉았던 바람들이
어떻게 이리도 가볍게 살랑이며 귓등을 스치는지
모든 것들은 쉽게 변하고 또 그 생명을 다 합니다
자연의 섭리가 그러한데
사람이라고 그 뜻을 따르지 않을 수야 없겠지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이 사랑만큼은
절대 끝나지 않을거라 믿는 것이
늘 되풀이하는 실수 중에 또 하나가 아닐까요
생각해보면 당신과 나는
정말 오랜 시간 함께 만나왔습니다
십.년.
참 긴 세월입니다.
그 긴 세월을 우리가 살을 맞대고 생활이라는 걸 함께 하였다면
이렇게 미련이 남을까요
세상에 또 가장 무서운 것이
그 미련이라는 감정이 아닐까요
며칠째 연락이 오지 않는 당신에게
나는 은근히 화가 나 있었지요
당신 마음이 이제 변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옹졸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먼저 당신의 안부를 물어도 될 법한
시간을 만나왔음에도
나는 단 한 번도 당신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만이 내가 당신에게 부릴 수 있는
호사스러움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이 더해지고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지요
대학 시험을 치르던 그 날.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텅 빈 무대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피아노.
그리고 주변을 온통 에워싼 커튼들이
나를 공포로 밀어넣었습니다.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한 나의 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심해졌고
내 연주가 끝난 후 대기실을 지키고 있던 아이들은
키득키득 웃기까지 했습니다
피아노 앞에서 일어나 무대를 내려오는 그 순간
나는 심장이 터질듯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피아노 앞에 앉을 수가 없었지요
두려움. 공포.
나는 다시 한번 떨리는 손가락으로
당신의 번호를 눌렀습니다
아주 먼 훗날을 예기하지는 못하지만
순간적으로 밀어 닥치는 불길함은
누구든 예기할 수 있는 건가 봅니다
아니 그런 순간들을 한 번쯤은 겪어본 사람이기 때문에
감각이 더 예민해 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나이에는 더욱 그러하여서
꿈자리가 뒤숭숭하다거나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때면
작든 크든 사고 하나씩은 꼭 생겨나곤 합니다
하여 요즘에는 기분이 개운치 못할때면
어떻게든 잊어보려 별별 노력을 다 해보지만
별로 신통치가 않습니다
당신의 소식을 듣고도
나는 쉽게 당신에게 달려갈 수 없었습니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듯한 순간 순간을 참으며
한참을 망설이다 달려갔지만
당신은 이미 의식 불명이 된 상태였고
나는 당신의 곁으로 다가갈 수 없는
그런 사람에 불과 했습니다
우리들이 감추고 지내온 십 년 간의 만남은
더 이상 아무 효력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의 가족들이 당신의 이마를 닦아주고
당신의 손을 잡아주고 당신의 다리를 주물러 줄때
나는 병실 문 틈 사이로 겨우 당신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조차도 여의치 않아
억지로 돌아서 집으로 와야 하는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아무런 의미도 되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차라리 그렇게 누워있는 당신이 부러웠습니다
나는 지금도 당신이
어떤 모습으로 가셨을지 생각해 보곤 합니다
마지막 그 어떤 말도 남기지 못하고
돌아설 수 밖에 없던 당신의 마음은 어떠하였을지
그리고 누군가에게 무슨 말이라도 남기고 싶었다면
그 누군가가 정말 나였을지
남기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을지
당신도 나에게 한 번도 해주지 못한 그 말이
무척이나 아쉬웠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사랑은
변한 것도 종지부를 찍은 것도 아니기에
더 가슴이 아픈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도 나를 사랑하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