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또 일거리를 만든 것 같습니다

by 리뷰몽땅

나의 기억은 자꾸만 소용돌이칩니다.

맴맴 돌다가 저만치 달아나기도 하고 허둥지둥 돌아오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나를 에워싸고 나는 숨을 곳이 없어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귀를 틀어막았지만 사람들의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나의 기억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막내가 왔습니다. 너무 반가워서 나는 서둘러 막내가 좋아하던

칼국수를 만들어 주려고 했습니다. 입이 짧은 아이였지만 내가 말아주는 김밥과

칼국수만큼은 배가 터져라 먹어댔었거든요. 나는 평소처럼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가려고 했는데 아들놈이 나를 잡아 다시 눕혀 버렸습니다.

괘씸한 놈. 지 누나 흉을 그리 보더니 이제 밥도 해주지 말라는 말인가보다 싶어서

있는 힘껏 흘겨 보았습니다. 지 누나 꼴을 보고도 저런 마음이 드는 걸 보니

내가 자식 농사를 망쳤나 싶어 속이 상해 그만 눈물이 나더랍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가 맑아진 것 같습니다.

눈을 뜨고 보니 내 집이 아니라 적잖이 당황했어요.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옆에 누워있는 막내를 보았어요.

언제 이렇게 늙어버렸노 싶어서 머리칼을 가만 가만 쓰다듬었습니다.

흰머리가 검은 머리보다 더 많이 자라있었습니다. 그 동안 맘고생이

얼마나 심했으면 이러나 싶어 나는 마음이 아팠어요.


슬며시 눈을 뜬 막내는 엄마 괜찮냐고 묻길래 나는 아무 일이 없다고 했죠

그리고 큰딸한테 전화를 받았다고, 너는 괜찮냐고 했습니다.


막내가 아주 천천히 일어나 앉더니 큰딸은 누구를 말하는거냐고

큰언니를 말하는거냐고 묻지 뭡니까. 그럼 누구를 말하는거겠어요.

나에게 큰 딸이면 막내에게는 당연히 큰언니가 아니겠어요


막내는 내 손을 잡더니 엄마, 큰언니는 죽었잖아. 합니다.




시어머니가 벽에 똥칠을 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어요.

매끼 따끈한 밥을 차려줘도 친척들이 인사차 들르면

저 년이 내 밥을 다 뺏어 먹는다, 저 년이 밥도 안 해준다는 말을

하는데 나는 그 말이 정말 듣기 싫었습니다. 시골에서 오는 어른들은

때로는 그 말을 믿기도 하였는지 동네에 나쁜 년이라고 소문이 자자했어요.

아무리 아니라고 사실을 이야기해도 모두 내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너무 분통이 쌓여서 어떤 날은 시어머니한테 퍼붓기도 했어요. 그렇게 한다고 달라질 건 없지만


며칠 전 자고 일어났더니 시어머니가 내 방에 앉아 또 똥칠을 하고 있지 뭐예요.

나는 이 나이가 되어서도 내가 그 똥을 다 치워야 하냐고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죠.

똥을 치우려고 밀어내면 또 덤벼들고 또 밀어내면 또 덤벼들고 나는 너무 화가 나서

그 똥을 시어머니 얼굴에 냅다 처발라 버렸습니다.


엄마. 엄마 왜 이래. 엄마.


정신이 들고 보니 막내의 얼굴에 똥칠을 하고 있는 사람이 나였습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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