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가 그리웠습니다
아이들을 키울 때 흔하게 받는 질문이 이거였습니다. 엄마한테도 엄마가 있어? 그럼 대부분의 엄마들처럼 나도 말했습니다. . 그럼 엄마한테도 엄마가 있지. 외할머니가 엄마의 엄마잖아. 그럴때마다 똘망똘망 눈을 크게 뜨고 막내는 이렇게 묻곤 했습니다.
나의 엄마는 꼬장꼬장하신 분이었습니다. 늘 새벽부터 일어났어요. 그리고는 우리 머리맡에서 속삭이듯이 길게 불경을 한 소절 읊었습니다. 잠을 깨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일단 눈을 뜨면 이부자리에서 나와야 하기에 우리는 모두 죽은 듯이 눈을 꼬옥 감곤 했지요.
엄마의 하루는 참 분주했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물을 끓이고 쌀을 씻는 소리가 마당 한 켠을 가득 채우니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눈치 한 번 보고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엄마를 도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엄마는 가녀린 서른 살에 불과했고 다른집 아이들처럼 우리는 철부지 노릇을 할 수 없을 만큼 궁핍한 삶이었습니다.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없었다는 말은 있을수가 없음에도 나는 곧잘 그런 기억 속에 빠지곤 했습니다. 그러니 내 기억속에 아버지는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합니다. 위로는 언니와 두 명의 오빠가 있었고 나는 엄마 혼자 갑자기 아이들 넷을 키워야 하는 막내둥이로 태어났습니다. 그래요 나도 막내였어요.오빠와 언니에게는 헌없이 엄했던 엄마였지만 막내인 나에게는 인자하고 너그러운 엄마였습니다.
나는 새벽마다 엄마가 머리를 곱게 빗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곁눈질로 슬쩍 훔쳐보는 일이 많았습니다. 아침을 준비하고 서둘러 이 집 저 집 일을 보러 가면서도 옷매무새가 단정하기도 하고 맵시도 좋아서 뒷모습만 보면 누구라도 반하여 쫓아오지 않을까 싶어 나는 항상 엄마의 뒷꽁무니를 따라가며 엄마, 엄마 불러대곤 했습니다. 어서 집에 들어가라는 말을 한 번, 두 번, 세 번을 듣다가는 결국 엄마가 버럭 소리를 지른 후에야 눈물과 콧뭇을 훔치며 집 안으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오빠들은 엄마가 들어오는 시간까지는 우리와 장난도 치고 놀기도 했지만 엄마가 들어오는 시간이 가까워지면 책상을 펴고 앉아 공부를 해야했습니다.
막내는 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습니다. 정말 책상이 있었는지 저는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공부와 관련되는 일에는 엄마가 돈을 아끼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어쩌면 엄마가 일하는 집에서 얻어온 것일수도 있었을테고요. 하여간 오빠들이 공부를 하는 동안 언니는 엄마 대신 청소를 하고 저녁밥을 짓고 설거지를 해야 했습니다. 불쌍한 우리 언니
똥칠을 한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나는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막내와 옛날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했습니다. 그러다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큰 딸의 모습에 나는 그만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나는 스무살이 안된 큰 딸을 데리고 바람난 남편이 살림을 차린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대문을 있는대로 쾅쾅 두들겼어요. 온 동네 사람들이 다 튀어나올때까지.
나도 엄마가 보고 싶어요.
(다음편에 계속)